전세사기로 짧은 평생 일군 자산을 몽땅 잃은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또 건너 아는 사람의 이야기이니 소문이 과장되었기를 바란다.
죽다니 왜 죽어, 그 새끼를 잡아 죽여야지! 내 돈 쓰고 안 갚은 놈을 죽이자.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타인에 의해 삶을 포기해선 안된다.
월세가 안 나가는 전세살이로 9만 원씨는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방과 부엌이 분리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왜 내 돈 가지고 등기 치고 내 돈 가지고 또 투기를 하면서 내 돈을 돌려줄 생각은 안 하는 것인가?
'억울하면 영끌해서 집을 샀어야지.'
'그런 게 억울하면 월세 내고 살아야지.'
기성세대에게 화가 난다.
내가 사회초년생일 땐 4평의 원룸에서 보증금 천에 월세 45만 원, 관리비 9만 원. 도합 54만 원을 꼬박꼬박 가져갔다. 왜인지 종종 전에 살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의 이름으로 날아온 추심 통지서는 목이 죄는 것 같았다. 대출금 5천만 원, 불어난 이자는 2억.
그리고 사회 초년생 딱지를 떼자, 이제 기성세대는 내 버팀목 대출금과 평생 모은 자산을 가져다 운용하기 위해 제 자녀의 이름으로 등기를 친다. 아무것도 모르는 97년 생 임대인은 대출확인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 대출 확인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엉뚱한 답이 돌아온다.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았습니다'
-아니, 니 개인 대출 말고.... 내 전세자금대출 말이야-
집을 사서 임차인을 구할 것, 임차인 돈으로 등기를 칠 것, 그러면 임차인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어느 회사의 충직한 개 마냥.
월세가 나가지 않는 삶,
은행이자를 지불하는 삶,
여전히 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삶.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가? 나도 좀 사람답게 잠을 자고 싶어서, 나도 돈 좀 모아서 니들 좋은 일 좀 그만해 주고 싶어서!
거실과 작은 옷방이 존재하고 잠자는 방을 분리하는 마법. 한 번의 뒤척임에 '무슨 일이야, 나도 알려줘 나도!' 하며 시시콜콜 참견하는 건방진 현관 센서등이 잠 깨우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영위하는 대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누릴 줄은 몰랐다.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금의 범위는 부동산 공시지가 *140% 의 90% 이내의 가격 (단독, 다세대 주택)
보증금 걱정이 없지만 다달이 통장이 허덕이는 4평 반의 삶 vs 보증보험을 들어놓고도 보증금 걱정이 하루도 끊이지 않은 9평 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