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멋진 톨스토이님께서 그 아주 유명하고 멋진 소설에서 쓴 그 아주 유명하고 멋진 첫문장을 다시 한번 가만히 곱씹어 생각해 보자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리려면 한 마디의 말 혹은 그저 한 차례의 환한 미소만으로 충분하겠지만 내가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다는 것을 알리려면, 그 안에 숨은 이유를 전하려면 아주 길고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혹여 내가 누군가의 힘듦과 슬픔과 우울을 이해하고 싶다면 나는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어야만 할 것이다. 이야기의 모든 말들과 그 사이의 침묵까지 전부 다. 내 마음대로 판단한 다음 가볍게 치부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설익고 섣부른 충고의 말을 함부로 건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나의 아픔을 상대에게 건네는 일은, 그리고 상대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일은 행복과 미소를 건네는 일보다, 행복과 미소를 받는 일보다 훨씬 더 우리의 기운을 잡아먹는 일이므로, 어쩌면 그건 상대에 대한 최고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쉽고 간단한 길에 안주하지 않고 나는 너를 위해 굳이 그 힘들고 궂은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니까.
SNS 상에 “나 행복해! 날 부러워해 줘!”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 보이는 사진과 글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은 어쩌면 지금 아픔을 이야기하는 일이 너무 힘겹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슬프다는 이야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슬프다는 이야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수고와 번거로움은 전혀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