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혁신의 레시피 - 1. "안 돼"를 "어떻게 하면 될까?"로 바꿔라
2019년 어느 날, 에어비앤비 본사 회의실에서 두 팀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한 팀은 "체험" 서비스를 제안했고, 다른 팀은 "그게 되겠어?"라며 반박했다.
"숙박업체가 요리 클래스를 운영한다고? 관광객이 현지인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고? 말이 안 돼."
"기존 시스템도 복잡한데, 이런 걸 또 만들면 관리가 가능할까?"
"검증되지 않은 개인들이 체험을 운영한다면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데?"
반대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으로 맞섰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현지인들이 쉽게 체험을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까?"
"여행자들이 진정한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까?"
결과는 명확했다. 에어비앤비 익스피어런스는 출시 후 전 세계 1,000개 도시에서 40,000개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에어비앤비가 발견한 혁신의 마법 주문이었다.
부정의 언어가 만드는 혁신의 무덤
조직에서 가장 혁신을 죽이는 단어는 바로 "안 돼"이다. 하지만 더 교묘하고 파괴적인 것은 "그게 되겠어?"라는 회의적 질문이다. 이 한 마디는 아이디어의 싹을 자르고, 창의적 사고를 마비시키며, 조직 전체를 현상유지의 늪으로 빠뜨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에 평균 12번 이상 부정적 반응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건 예산이 안 돼", "시간이 없어", "위험해", "전례가 없어"... 이런 말들이 쌓이면서 조직원들은 점차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를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 자동반사적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으면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여 "위험신호"를 보내고, 이때 나오는 첫 번째 반응이 바로 "안 돼"인 것이다.
하지만 혁신을 만드는 조직들은 다르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언어를 바꾸고, 사고방식을 전환하며, 부정에서 가능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시작이 바로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마법 주문이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면 사고의 차원이 달라진다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 씽킹 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같은 문제를 두 그룹에게 주고, 한 그룹에게는 "왜 안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어떻게 하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왜 안 될까?"를 먼저 생각한 그룹은 평균 3.2개의 장애물을 찾아냈고, 해결책은 1.1개를 제시했다. 반대로 "어떻게 하면 될까?"를 먼저 생각한 그룹은 평균 4.7개의 해결책을 제시했고, 장애물은 나중에 고려했다.
더 중요한 발견은 두 그룹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솔루션의 질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가능성을 먼저 탐색한 그룹의 솔루션이 더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성도 높았다.
이는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안 돼"라는 생각은 뇌의 좌측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논리적 분석에 치중하게 만든다. 반면 "어떻게 하면 될까?"는 우측 전전두엽을 자극하여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을 활성화시킨다.
3M의 "15% 룰"이 탄생한 배경
3M에서 포스트잇이 탄생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야기 뒤에 숨어있는 조직문화의 비밀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74년, 3M의 연구원 아트 프라이는 교회에서 찬송가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때 그는 동료 스펜서 실버가 개발한 "실패작" 접착제를 떠올렸다. 충분히 달라붙지 않아서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그 접착제 말이다.
만약 3M이 "그게 되겠어?" 문화의 회사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로 뭘 하겠다고?"
"교회 책갈피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한다고?"
"이미 테이프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데, 왜 이상한 걸 만들어?"
하지만 3M은 달랐다. 이 회사에는 "15% 룰"이 있었다. 연구원들이 근무시간의 15%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였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간에 나온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으로 접근하는 문화였다.
아트 프라이가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3M의 반응은 이랬다.
"흥미로운데, 어떻게 하면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을까?"
"제품화하려면 어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제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포스트잇은 결국 3M의 대표 제품이 되었고,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어떤 답을 얻느냐를 결정한다
혁신적인 조직들의 공통점은 질문의 문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질문 패턴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가능성을 전제한 질문을 한다. "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될까?"로 시작한다. 이는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둘째, 구체적인 장애물을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전환한다. "예산이 부족해"가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라고 묻는다.
셋째, 제약을 창의성의 원료로 활용한다. "시간이 없어"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라고 접근한다.
넷째, 실패 가능성을 학습 기회로 재정의한다. "실패하면 어떻게 해"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자가진단: 당신의 조직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나?
다음 상황에서 우리 조직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체크한다.
상황 1: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을 때
□ "그게 되겠어?" / "예산은 있어?" / "시간은 있어?"
□ "어떻게 하면 될까?" / "어떤 방법이 있을까?" / "무엇부터 시작해볼까?"
상황 2: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 "왜 이런 일이 생겼지?" / "누구 책임이야?" / "이제 어떻게 해?"
□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 "이 상황에서 배울 점은 뭐지?" / "기회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상황 3: 자원이 부족할 때
□ "돈이 없어서 안 돼" / "사람이 부족해서 못 해" /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해"
□ "적은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 "지금 있는 인력으로 어떻게 할까?" / "시간을 절약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 4: 실패나 위험이 예상될 때
□ "실패하면 어떻게 해" / "위험하다" / "안전하게 가자"
□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 "작게 시작해서 검증해볼까?"
체크 결과:
첫 번째 답이 많다면: 부정 중심 사고 조직
두 번째 답이 많다면: 가능성 중심 사고 조직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이유
2000년대 초반,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에게 제휴를 제안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블록버스터는 전 세계 9,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이었다.
넷플릭스의 제안은 간단했다.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함께 해보자."
블록버스터 경영진의 반응은 전형적이었다:
"그게 되겠어? 사람들이 DVD를 우편으로 받아보겠다고?"
"매장에서 직접 고르는 재미를 포기하고?"
"늦은 반납료 수입을 포기하고 정액제를 도입한다고?"
"인터넷이 그렇게 빨리 발달할까?"
결국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했고,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제국이 되었다.
반면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어떤 질문들이 오갔을까?
"사람들이 집에서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편 배송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객들이 더 많은 영화를 발견할 수 있게 하려면?"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까?"
이런 질문들이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어졌고,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발전시켰다.
언어를 바꾸는 7단계 실천법
혁신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다음은 "그게 되겠어?"를 "어떻게 하면 될까?"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1단계: 금지어 리스트 만들기
회의에서 사용을 금지할 부정적 표현들을 명문화한다. "안 돼", "불가능해", "그게 되겠어?", "전례가 없어", "예산이 없어" 등을 금지어로 지정하고, 대신 사용할 긍정적 표현을 정한다.
2단계: 3초 룰 도입
부정적 반응이 나오려 할 때 3초간 멈추고 생각한다. 이 짧은 시간이 감정적 반응을 이성적 반응으로 바꾸는 데 충분하다.
3단계: 질문 리프레이밍
모든 부정적 진술을 긍정적 질문으로 바꾼다. "예산이 부족해"를 "적은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로, "시간이 없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로 바꾼다.
4단계: 아이디어 배양기간 설정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즉시 평가하지 않고 24시간의 배양기간을 준다. 이 시간 동안은 오직 "어떻게 하면 될까?"만 생각한다.
5단계: 제약 조건을 창의성 도구로 활용
제약이 생겼을 때 "못 해"라고 하지 않고 "이 제약 조건 하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은 뭘까?"라고 묻는다.
6단계: 실패를 학습으로 재정의
"실패하면 어떻게 해?"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접근한다. 실패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한다.
7단계: 성공 사례 공유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으로 성공한 사례들을 정기적으로 공유한다. 이를 통해 긍정적 질문의 힘을 조직 전체가 체험하게 한다.
질문 하나가 조직의 운명을 바꾼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다. 언어는 사고를 만들고, 사고는 행동을 만들며, 행동은 결과를 만든다. 조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면 조직의 DNA가 바뀐다.
"그게 되겠어?"라는 질문은 벽을 만든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은 다리를 만든다.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이고, 같은 문제도 다르게 접근하게 된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질문 하나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일 아침 첫 회의에서,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그게 되겠어?"라는 말 대신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물어보자. 그 순간부터 당신의 조직은 혁신의 길을 걷기 시작할 것이다.
마법 주문은 복잡하지 않다. 단 여섯 글자, "어떻게 하면 될까?"면 충분하다. 이 주문을 외우고, 매일 사용하고, 조직 전체에 퍼뜨려보자. 그러면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이 하나둘 가능해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