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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밖에서 더 빛나는 리더들

2. 왕관을 쓰지 않는 왕

by 유키

금요일 오후 6시.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 주를 마무리하며 퇴근을 서두르는 시간이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먼저 퇴근하세요~ 저는 조금 더 정리하고 갈게요."

IT 스타트업 F사의 마케팅 팀장 최정우 팀장이 팀원들에게 먼저 퇴근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팀장님 혼자 두고 못 가죠."

"저도 조금만 더 하고 갈게요."

"내일 프레젠테이션 자료, 같이 한 번 더 검토하고 가요!"

강요한 것도 아니고, 야근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남는다. 비결이 뭘까?

답은 회의실 밖에 있었다.

최 팀장은 회의실에서는 그저 평범한 팀장이다.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일반적인 중간관리자다. 하지만 회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야근하는 팀원의 자리에 슬그머니 커피를 놓고 간다. 메모에는 짧은 격려가 적혀 있다. "고생 많아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

점심시간, 혼자 김밥을 먹는 신입사원을 발견하면 다가가 함께 앉는다. "혼자 먹으면 맛없잖아. 같이 먹어요."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는 팀원을 질책하기보다 먼저 위로한다. "내가 디렉션을 제대로 못 준 것 같아. 미안해요. 커피 한잔 하면서 얘기해요."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자발적 헌신을 만들어낸다.

"진짜 리더십은 회의실 밖에서 나타나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일상 속 작은 배려가 쌓여 진정한 영향력이 되죠." - 최정우 팀장

회의실 리더십의 한계와 환상

전통적으로 리더십은 회의실에서 발휘되는 것이라 여겨졌다. 파워포인트 앞에서 카리스마 있게 발표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핵심을 파고들며,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리더십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리더십의 일부일 뿐이다. 어쩌면 가장 작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회의실 리더십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그것은 연출된 모습이다. 준비된 자료, 예상된 질문, 통제된 환경. 실제 그 사람의 본모습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일방적 소통 구조다. 리더가 말하고 팀원이 듣는다. 보고하고 지시받는다. 진정한 교감이 일어나기 어렵다.

셋째, 권위에 의존한다. 회의실에서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직급에서 나온다. 하지만 회의실을 나서면? 그 권위가 얼마나 유지될까?

넷째, 인간적 유대감이 부족하다. 업무 중심의 대화, 목표와 성과 위주의 소통.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기 어렵다.

실제로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직원들에게 "당신의 리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회의실에서의 모습을 기준으로: 30%

일상에서의 모습을 기준으로: 70%

직원들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보다 복도에서 나눈 짧은 대화를, 전략적 비전보다 힘들 때 보여준 배려를 더 오래 기억한다.

진짜 리더십은 공식적 자리가 아닌 비공식적 순간에 드러난다. 준비된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의무가 아닌 선택의 순간에서 진정한 리더의 자질이 보인다.

일상 속 리더십의 5가지 영역

그렇다면 회의실 밖에서 리더십은 어떻게 발현될까? 성공적인 리더들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5가지 주요 영역이 나타난다.


1. 복도와 탕비실: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간

복도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계급의 벽이 허물어지는 중립 지대다. 탕비실은 단순히 커피를 타는 곳이 아니다. 인간적 교류가 일어나는 비공식 소통의 장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복도 미팅'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직원들과 마주친다.

"복도에서 만난 직원과 5분 대화하면, 회의실에서 1시간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진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한 삼성전자 직원의 경험담이다.

"계단에서 이 회장님을 마주쳤는데, 먼저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반도체 수율은 어때요?'라고 물으시는데,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어요. 회의실이었다면 긴장해서 제대로 말도 못 했을 텐데."

LG전자의 한 사업부장은 매일 아침 탕비실에서 30분을 보낸다. 직접 커피를 내리며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거창한 대화가 아니에요. '잘 잤어요?' '주말에 뭐 했어요?' 이런 일상적인 대화죠. 하지만 이런 작은 대화가 쌓이면 큰 신뢰가 됩니다. 나중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때, 그들은 '우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 구내식당: 계급장 떼는 공간

구내식당은 조직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임원 전용 식당이 따로 있는가? 자리 배치가 직급순인가? 리더는 누구와 밥을 먹는가?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임원 전용 식당을 없앴다. 그리고 항상 일반 직원들과 같은 줄에 선다.

"임원 전용 공간은 소통의 벽입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줄에 서야 같은 동료가 됩니다."

정 부회장은 의도적으로 다양한 직원들과 식사한다.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까지, 개발자부터 디자이너까지.

"밥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가장 솔직해요. 회의실에서는 절대 안 나올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 좀 이상한데요...' 같은 말들이죠."

한 현대카드 직원은 이렇게 회상한다.

"부회장님이랑 우연히 마주 앉아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맵지 않아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회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3. 야근 시간: 진심이 통하는 시간

야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때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중요하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은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직접 야식을 만든다. 그것도 라면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요리를.

"야근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혼자 시켜 먹는 야식은 더 서글프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있어주고, 따뜻한 밥을 해주는 것뿐이에요."

김 의장이 만든 김치볶음밥을 먹은 한 직원의 이야기다.

"밤 10시에 의장님이 주방에서 김치볶음밥을 볶고 계시더라고요. '다들 오늘 고생 많았어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뭉클했어요. 단순히 밥이 아니라 마음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더 인상적인 것은 김 의장이 야근하는 직원들과 함께 새벽까지 일한다는 점이다.

"억지로 남는 게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시고, 진짜로 도와주세요. PPT 만들기, 자료 정리하기... 의장님이 옆에서 같이 하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4. 개인적 순간: 인간적 관심의 표현

직원도 회사 밖에서는 누군가의 자녀이고, 부모이고, 친구다. 개인적인 삶이 있다. 이를 인정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직원들의 경조사를 빠지지 않는다. 그것도 형식적인 참석이 아니라 진심을 담는다.

"○○님 결혼식 때 신부 입장하시는데 정말 예쁘시더라고요. 행복하게 사세요." "△△님 아버님 회갑 잘 치르셨어요? 사진 보니까 정말 닮으셨던데요."

한 토스 직원의 경험이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 대표님이 문병을 오셨어요. 과일 바구니 들고.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 간병에만 집중하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업무를 직접 다른 팀원들에게 배분해주셨어요."

이런 관심은 일방적이지 않다. 이 대표도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눈다.

"저도 육아 때문에 힘들어요. 어제도 애가 밤새 울어서 한숨도 못 잤어요."

이런 솔직한 공유가 리더를 인간적으로 만들고, 직원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5. 외부 활동: 회사 밖에서도 리더

리더십은 회사 문을 나서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회사 밖에서의 모습이 진짜일 수 있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물류센터 직원들과 함께 수해 지역에 구호물품을 나르고, 개발자들과 함께 코딩 교육 봉사를 한다.

"회사에서는 대표와 직원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봉사자들이에요. 함께 땀 흘리고, 함께 보람을 느끼죠. 이런 경험이 진짜 동료를 만듭니다."

한 쿠팡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김 대표님이 장화 신고 진흙탕에서 일하시는 걸 봤어요.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이 분은 쇼가 아니라 진심이구나."

네이버의 한 임원은 직원들의 취미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등산 동호회, 독서 모임, 요리 클래스까지.

"회사 밖에서 만나면 완전히 달라요. 서로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죠. 등산하면서 나눈 대화가 회사에서의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작은 행동이 만드는 큰 변화

회의실 밖 리더십의 핵심은 '작은 행동'이다. 거창한 이벤트나 대단한 선물이 아니다. 일상 속 작은 배려와 관심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


커피 한 잔의 힘

한 중견기업의 사례다. A 부장은 매일 아침 팀원들의 자리에 커피를 놓고 다닌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아메리카노, 라떼, 디카페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가 돼요. '부장님이 내 취향을 기억해주시는구나' 싶어서 뭉클하죠." - 팀원 B

6개월 후, 이 팀의 성과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직률은 0%, 프로젝트 성공률은 부서 내 1위.

"커피값? 한 달에 30만 원 정도예요. 그런데 이게 만든 변화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요. 팀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야근도 함께하고..." - A 부장


메모지의 마법

IT 기업 C사의 개발팀장 D는 포스트잇을 항상 들고 다닌다. 야근하는 직원,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 힘들어 보이는 직원의 모니터에 짧은 메모를 남긴다.

"수고했어요. 내일은 일찍 퇴근하세요 :)" "오늘 아이디어 정말 좋았어요!"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한 개발자의 증언이다.

"코드 에러 때문에 밤새 고생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와보니 모니터에 메모가 붙어 있더라고요. '밤새 고생했네요. 오늘은 재택하면서 쉬엄쉬엄 하세요. 화이팅!' 이거 하나에 피로가 확 풀렸어요."

D 팀장의 이 작은 습관이 팀 문화를 바꿨다. 팀원들도 서로에게 격려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고, 팀 전체가 따뜻한 분위기로 변했다.


'먼저' 인사하기

단순하지만 강력한 행동이 있다. 바로 '먼저 인사하기'다.

삼성물산 이서현 팀장은 항상 먼저 인사한다. 직급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후배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먼저 인사한다.

"팀장님이 먼저 인사해주시니까 부담이 없어요. 예전에는 '인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하게 됐어요."

이 작은 변화가 팀의 소통을 완전히 바꿨다. 서로 먼저 인사하고, 먼저 말을 걸고, 먼저 도움을 제안한다.

일관성이 만드는 신뢰

회의실 밖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한두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


365일 똑같은 리더

쿠팡 김범석 대표의 일화다. 2022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물류센터는 에어컨이 있지만 그래도 덥다. 배송 기사들은 더 힘들다.

김 대표는 매일 물류센터를 방문했다. 그것도 가장 더운 오후 2시에.

"대표님이 매일 오셔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셨어요. 비 오는 날은 우비를, 추운 날은 핫팩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요." - 물류센터 직원

임원들이 만류했다. "대표님이 매일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대신 가겠습니다."

김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제가 직접 가야 합니다. 그들이 매일 일하는데, 저도 매일 가는 게 맞죠."

이런 일관성이 신뢰를 만든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의 회사 충성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평상시와 위기 때가 같은 리더

진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평소에는 친절하다가 위기 때 돌변하는 리더를 직원들은 금세 간파한다.

2023년, 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해 위기에 빠졌다. 대표 E는 전 직원을 모아놓고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했다.

"3개월 후면 자금이 바닥납니다. 저는 끝까지 함께하겠지만, 여러분은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야근하는 직원에게 커피를 사주고, 힘든 직원과 상담하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대표님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저희도 흔들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똘똘 뭉쳤죠." - 직원 F

3개월 후, 기적적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았다.

"위기 때도 평소와 똑같이 저희를 대해주셨어요. 그게 진짜라는 걸 알았죠." - 직원 G

세대별 접근법: MZ세대와의 일상적 소통

MZ세대와의 소통은 특히 회의실 밖에서 중요하다. 그들은 형식적인 관계보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원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와 아날로그 감성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일수록 아날로그적 감성을 중시한다.

한 패션 기업의 사례다. 50대 본부장 H는 20-30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택했다. 손편지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는 너무 사무적이에요. 손으로 쓴 편지는 다르죠. 시간과 정성이 느껴지니까요."

직원들의 생일, 입사 기념일, 프로젝트 성공 때마다 짧은 손편지를 쓴다.

"본부장님 손편지 받고 울었어요. '입사 1주년 축하해요.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요'라고 쓰여 있었는데, 글씨체도 삐뚤빼뚤... 진심이 느껴졌어요." - 20대 직원


수평적 소통의 일상화

MZ세대는 수직적 문화를 거부한다. 일상에서의 수평적 소통이 중요하다.

IT 기업 I사의 30대 팀장 J는 '존댓말 금지 금요일'을 만들었다.

"금요일만큼은 모두 반말해요. '팀장님' 대신 '형' '누나'라고 불러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워요."

더 나아가 점심시간에는 직급을 잊는다.

"밥 먹을 때는 그냥 친구예요. 연애 상담도 하고, 게임 얘기도 하고. 이상하게 금요일 오후가 되면 아이디어가 막 쏟아져요. 편해서 그런가 봐요." - MZ세대 직원


실패 사례 : 쇼윈도 리더십의 함정

모든 것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 없는 '쇼'는 금방 들통난다.


가식적 친근함의 역효과

한 대기업 임원 K의 사례다. 그는 '친근한 리더'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주고, 격의 없이 대화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역효과가 나타났다. 직원들이 오히려 더 불편해한 것이다.

"겉으로는 친근한 척하시는데, 회의 때는 완전히 달라요. 점심 때는 '친구처럼 지내자'고 하시다가, 오후에는 '왜 이것밖에 못 했냐'고 질책하시고..." - 직원 L

진정성 없는 친근함은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


일관성 없는 배려

또 다른 사례다. 중견기업 부장 M은 '배려하는 리더'를 표방했다. 야근하는 직원에게 야식을 사주고, 힘든 직원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것도 기분에 따라 달랐다. 기분 좋을 때는 극진하게 배려하다가, 스트레스받으면 차갑게 돌변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야식 사주시면서 '고생했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왜 아직도 못 끝냈냐'고..." - 직원 N

일관성 없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회의실 밖 리더십의 ROI

"이런 게 정말 성과로 이어질까?"

많은 리더들이 갖는 의문이다. 답은 '그렇다'이다. 단, 즉각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성과를 만든다.


구글의 연구 결과

구글은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최고 성과 팀의 비밀을 연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고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

팀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낀다

서로를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업무 외적인 유대감이 강하다

이 모든 것이 회의실 밖에서 만들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분석

HBR의 10년간 추적 연구 결과

일상적 배려를 실천하는 리더의 팀 : 생산성 32% 향상

회의실에서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팀 : 생산성 8% 향상

차이는 4배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직률이다.

일상적 배려를 받는 직원의 이직률: 5%

형식적 리더십 하의 직원 이직률: 23%


재무적 성과로의 연결

한국의 한 IT 기업 사례다. 2020년부터 '회의실 밖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20년 : 매출 500억, 영업이익률 10%

2023년 : 매출 1,200억, 영업이익률 18%

CEO의 분석이다.

"숫자만 보면 사업이 잘된 것 같지만, 핵심은 사람이었습니다. 리더들이 일상에서 직원들을 배려하기 시작하니, 직원들이 회사를 자기 것처럼 여기기 시작했어요. 그게 혁신으로, 성과로 이어진 거죠."

오늘부터 시작하는 10가지

이론은 충분하다. 이제 실천이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10가지 행동이다.

1. 아침 인사 먼저 하기

매일 아침, 만나는 모든 직원에게 먼저 인사한다.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2. 이름 부르기

"김 대리" 대신 "○○씨"라고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3. 커피 한 잔의 여유

일주일에 한 번, 무작위로 선택한 팀원과 15분간 커피를 마신다. 업무 얘기는 금지.

4. 손편지 쓰기

한 달에 한 번, 고생한 직원에게 짧은 손편지를 쓴다.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

5. 함께 식사하기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임원 전용 테이블은 없다.

6. 퇴근 인사

퇴근할 때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수고하세요. 너무 늦지 마세요"라고 인사한다.

7. 경청의 자세

복도에서, 탕비실에서 만난 직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다. 휴대폰은 주머니에.

8. 작은 기념일 챙기기

생일뿐 아니라 입사 기념일, 프로젝트 완료일 등을 기억하고 축하한다.

9. 실패 위로하기

실패한 직원을 공개적으로 질책하지 않는다. 따로 불러 먼저 위로한다.

10. 일관성 유지하기

위 9가지를 기분에 따라 하지 않는다. 매일, 꾸준히, 진심으로 한다.

리더십 진화의 필연성

21세기 리더십은 진화하고 있다. 회의실에서 탕비실로, 지시에서 대화로, 권위에서 공감으로.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MZ세대는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한다. 그들에게 회사는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삶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인간적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동시에 기업 환경도 변했다. 창의성과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 창의성은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나온다. 그런 환경은 회의실이 아닌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글로벌 트렌드: Servant Leadership의 일상화

전 세계적으로 'Servant Leadership'이 주목받고 있다. 섬기는 리더십이다. 이것의 핵심도 일상이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 그의 리더십도 매장에서 빛났다.

"CEO가 되어서도 매주 매장에서 일했습니다. 커피를 만들고, 바닥을 닦고, 손님을 응대했죠. 그래야 진짜를 알 수 있으니까요."

직원들은 그를 'CEO'가 아닌 '파트너'로 여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허브 켈러허

전설적인 CEO 허브 켈러허는 수하물을 직접 실었다. 새벽 4시 첫 비행기에 짐을 싣는 직원들과 함께.

"그들이 매일 하는 일을 나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면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듣게 됩니다."

이런 일상의 리더십이 사우스웨스트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로 만들었다.

한국형 회의실 밖 리더십

한국 문화에 맞는 회의실 밖 리더십은 무엇일까?


정(情)의 리더십

한국인은 정을 중시한다. 이를 리더십에 활용할 수 있다.

한 제조업체 공장장의 사례다. 그는 직원들의 가족까지 챙긴다.

"명절 때 직원 가족들에게도 선물을 보내요. '남편/아버지가 고생하는데 가족들도 힘드시죠'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게 한국적 정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와이프가 그래요. '이런 회사는 평생 다녀야 한다'고. 가족까지 챙겨주는 회사가 어디 있냐고요."


먹는 정

한국인에게 밥은 특별하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연다는 의미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밥 한 끼의 리더십'을 실천한다.

"일주일에 5번은 직원들과 밥을 먹어요. 구내식당, 근처 식당, 때로는 포장마차에서도. 밥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가장 솔직해요."

위계와 친근함의 균형

한국은 여전히 위계를 중시하는 사회다.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신 균형을 찾아야 한다.

LG전자의 한 상무는 이렇게 균형을 잡는다.

"공식 자리에서는 상무입니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는 '형님'이 되려고 노력해요. TPO에 맞게 변신하는 거죠."


리더십의 새로운 정의

미래에는 리더십의 정의 자체가 바뀔 것이다.

From Leadership to Relationship

리더십(Leadership)에서 관계십(Relationship)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는 것이 핵심이 된다.

24/7 리더십

미래의 리더는 24시간 리더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Human Touch in Digital Age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터치가 중요해진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일상의 따뜻한 손길이다.

리더십은 일상이다

한 노병사가 전쟁터에서 했던 말이 있다.

"진짜 용기는 돌격 명령을 내릴 때가 아니라, 전날 밤 병사들과 함께 추위에 떨 때 나타난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진짜 리더십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야근하는 직원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에서 나타난다.

회의실은 무대다. 준비된 각본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하지만 회의실 밖은 진짜 삶이다. 그곳에서의 리더 모습이 진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본다.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직원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같이 먹어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퇴근길에 야근하는 직원에게 다가간다.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회의실에서는 상사일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동료가 된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이 된다.

그것이 21세기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사람들 기억속에 남는 건 회의실에서의 내가 아니라, 복도에서 마주친 나다.

리더십은 직급이 아니다.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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