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3
당신은 나에게 분홍색 봉투를 내밀었다. 정갈한 글씨체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당신을 닮은 귀여운 스티커도 잘 붙어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나는 그 표정을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하다가 당신을 따라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안을 열어보니 비싼 종이에 출력된 일러스트 카드가 보였다. 하얀 옷을 차려입은 신랑 신부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마치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로 되돌려 주는 것 같았다.
차분하고 정적이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유독 온몸으로 온갖 색채를 뿌려대는 당신이었다. 낯을 가리며 눈치만 보던 나는 신기하게도 당신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은 그곳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였고 그곳에 나도 속해있었다. 밝을 때는 밝은 색을 어두울 때는 어두운 색을 솔직하게 내뿜는 당신이었고 그래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솔직한 색을 뿜을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눈치만 보는 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지.
당신은 언뜻 솔직해 보였지만 그것이 안정적이라고 확인된 다음에야 하는 행동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언제나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있었고 당신이 믿는 누군가가 그것이 올바른 돌다리라고 했을 때야 안심을 하곤 부러 과장되게 건너곤 했다. 모든 것에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으며 모든 것을 계산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무심코 그것을 내게 털어놓았다. 당신이 뿌려대는 색채는 모두 만들어낸 색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고유의 색은 가끔 눈에 보이지 않기도, 꾸며낸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색깔을 만들어내기 전의 이야기를 잠깐 해주었다. 지금은 지난, 어렸을 적 이야기. 아무도 믿지 못해 아무런 색깔을 만들지 못했을 적의 이야기. 나는 잠깐이지만 이제야 당신의 색깔을 제대로 마주한 것 같았다. 당신과 나는 고유의 색이 비슷했다. 그리고 색깔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비슷했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내 색깔로 소화하는 것.
당신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분홍색 봉투를 내게 내밀었고 언젠가 마주할 하얀 드레스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것일 거다. 하지만 당신이 내뿜는 색깔은 당신만이 만들어낸 무수한 색깔이기를. 당신과 비슷한 나도 나만의 색깔을 무수히 창조해나가기를.
아직 당신에게 내가 당신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 하얀 드레스를 마주할 날에 우스갯소리처럼 가볍게 전해주려 한다. 걱정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