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속의 당신

당신의 이야기 #14

by 한이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였다. 당신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선한 눈매에 단정한 차림새, 늘 곧은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든 주목받았고 무엇이든 잘 해냈다. 누구에게나 선행을 베풀었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선생님에겐 착한 제자, 또래 학생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혼자 하는 사랑이 그렇듯 당신은 그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했고 자기 전까지 그 아이와 나누었던 작은 대화를 복기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고 복도에서 우연히 그 아이와 마주치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당신은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쉬는 시간마다 교정으로 나가,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려 애썼다. 많은 학생이 교정에 있었다. 작고 예쁜 벚꽃잎을 잡으면 작고 예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에서였다. 당신이 실체 없는 신에게 소원을 빌며 잡았던 벚꽃잎을 일기장에 소중하게 보관하는 사이, 누군가는 잡은 벚꽃잎을 그 아이에게 건네며 소원을 말했다. 당신과 똑같은 소원이었다.


그날 당신은 일기장을 찢으며 펑펑 울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모두가 벚꽃잎이 이루어준 커플을 축하했다.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친구들의 위로가 끊이지 않았다. 위로가 계속되니 비련의 주인공이 된 듯싶었다. 그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가시를 세웠고 자기 전까지 그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에 흠집을 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아이를 마주칠까 괴로웠고 복도에서 우연히 그 아이와 마주치면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청승맞게 비를 맞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정처 없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수면제를 잔뜩 먹고 쓰러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마킹하지 않은 OMR카드를 시험 때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실체 없는 신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 그거 미련이에요.”


8년이 지난 후 당신의 고등학교 후배가 말했다. 벚꽃이 만개한 길의 카페였다.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 보여주며 아직 순수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후배는 한숨을 쉬었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을 주워 당신의 손에 쥐여 주었다.


“ 그땐 왜 그렇게 벚꽃잎을 열심히 잡았나 몰라요. 떠나는 봄에게 남은 미련처럼.”


그날 당신은 옛날에 찢었던 일기장을 꺼내어 벚꽃잎 두 장을 테이프로 붙였다. 어느 것이 떨어지던 것인지 어느 것이 떨어졌던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였다. 당신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