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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아 Dec 09. 2021

물 같은 사람

한 권을 채우자

"이아님은 물 같네요." 훅 들어온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눈동자만 굴렸다. 물 같다니. 흐른다는 건가? 잔잔하다는 건가? 긍정적인 의미로 어디든 담길 수 있다는 건가? 부정적인 의미로 맹숭맹숭하다는 건가? "일할 때는 말 하나 못 붙일 만큼 엄청 차가운 얼음 같고 일 안 할 때는 움직임이 흐물흐물 찰랑찰랑하고 귀여운 소품 사거나 특히 길 가다 산책하는 강아지나 길고양이 볼 때 텐션 엄청 올라가서 주전자 물 끓는 소리 내잖아요." 세상에. 도대체 그건 어떤 사람이죠? 틀린 말은 아니라 뭐라고는 못하겠는데.


"근데 맹물 말고 색깔 물 같아요. 음. 건강에 나쁠 거 같은 색." "그냥 독극물이라고 하시죠." "아하하. 그 정돈 아니고요. 음 커피? 아메리카노? 아! 에스프레소!" "그래요. 어쨌든 쓰다는 걸 강조하고픈 마음, 잘 전달되었습니다." "아하하. 아니에요. 저 에쏘 좋아해요."


커피 얘기를 하며 카페로 들어갔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던 G는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괜히 심술이 생겨 초코 타르트를 하나 사달라고 졸랐다. 음료를 받아 들고 앉은 찰나 라떼와 G가 겹쳐 보였다. 희고 고소한 향이 나고 부드럽고 어디든 잘 어울려 분위기를 유하게 하고 화나면 펄펄 끓어 우유가 유당을 남기듯 뒤끝을 남기고. "G는 우유 같네요." "헐. 우리 둘이 섞이면 카페라떼네요?" "아, 우유 같다는 거 취소할게요." "왜요. 너무해." 


사람마다 어떤 물과 비슷한 모습이 있다는 얘길 나눴다. '사이다 같은 사람'처럼 흔히 쓰는 말인데 주변인들에게 대입해보지 못했네. 얘기하다 보니 어떤 사람은 속을 알 수 없어 먹물이 되었고 어떤 사람은 흔들리는 맥주가 되었으며 어떤 사람은 볼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어 한정판 별다방 딸기라떼가 되었다. 


너는 어떤 물과 닮았을까?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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