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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아 Dec 23. 2021

결말을 찾는 이야기들

까만 부록책_1

이야깃거리가 생각나면 순간순간 기록해 뒀다가 글을 써야 할 때 훑는다. 핸드폰 메모 위젯의 스크롤을 내리다가 딱 멈춘 그 메모가 오늘의 소재가 된다. 지금도 그렇다. 메모를 훑고 있다. 책방의 몬순이(몬테그라스)에게 매주 수요일 물을 주며 했던 생각, 좁은 퇴근 버스에서 애처롭게 깜박였던 백팩을 앞으로 메라는 안내문구를 보며 했던 생각, 좋아하는 작가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영감을 얻었던 생각, 잠깐 땡땡이치려고 갔던 카페에서 훈훈한 직원을 보고 단골 해야지 했던 생각 등 소재를 기록해둔 메모를 훑고 "오늘은 이 얘기를 해야지." 하는데 당최 아무리 생각해도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는 메모가 많다.


소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곧장 새로운 생각이 나 그것에 호기심이 생기면 하루 종일 마인드맵의 가지가 일자로만 뻗어, 검색만 하다 결말을 내지 못하고 우선소재에서 밀린다. 소재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한 경우 일단 타자부터 치는데, 짜장면을 시킬까 짬뽕을 시킬까 고민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의 본문을 채웠다가 흐지부지되어 우선소재에서 밀린다. 그리고 아주 주관적이거나 개인적인 소재일 경우 일단 배제하지만 계속해서 어떻게 조금 객관적 인척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그리고 실패한다.) 


이러다가 책이 10년 뒤에도 못 나오겠네. 그래서 에세이를 한번 쓴 사람들은 계속 다음 책을 내나 보다. 다른 생각이 퐁퐁 나니까.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생각이 뱉어지니까. 하루에 눈을 깜박이는 만큼 많은 생각도 깜박이니까. 깜박인 소재만큼 결말을 찾지 못한 이야기도 수 없겠지.


아직 너라는 소재도 결말을 찾지 못했다. 너의 메모는 쌓여가고 매일 스크롤이 멈추는데, 아직 결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소재에서 미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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