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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그랬어_김애란

책으로 생각하기

by eazy


책을 읽다 보면 몰랐던 걸 알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한 걸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어 곱씹거나 넘기기도 하는데 김애란 작가님은 시대적, 감정적 싱크로율이 90%쯤 되는 거 같다. 2025년을 살아가는 마흔 중반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동요가 느껴져서 내 속을 들여다보았나 싶어 뜨끔했다.


가진 것 없지만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살짝 포장하여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는 법이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척 하지만 미묘한 우월감을 표현하는 법, 자격지심을 가리는 법, 시대에 뒤떨어지기 싫으면서도 대우는 받고 싶고 나이 든 꼰대임은 인정하기 싫은, 쉽게 내어놓을 수 없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얼굴 한 번 화끈거리고 떨쳐버린 생각들인데 어쩜 이렇게 세밀히 적어놓았을까. 아주 얇고 가느다란 침으로 정곡을 찔린 기분이다.


띠지에 적힌 추천사에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100% 공감되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팩트뿐만 아니라 내밀한 갈등까지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면서 한 번씩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고, 계속해서 같이 살아가면 좋겠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서 결국 이렇게 된 거 아닐까?’


#안녕이라고그랬어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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