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_ 최은영

책으로 생각하기

by eazy


“그 사람은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었어.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지. 이야기를 마쳤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말하더라.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너의 형도 아버지도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야. 그게 다 사랑이라는 걸.”


#내게무해한사람 #모래로지은집 #최은영


아빠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사랑의 말에 한없이 기쁘기보다는 늘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그건 어릴 때나 20대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나의 아이에게 대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매번 느껴지는 씁쓸함이다. 부모라는 지위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말, 행동 등이 결국 나에게는 얼마나 큰 폭력이자 위협이었을까. 별 의미없는 토닥임에 갑자기 울컥하며 사랑보다는 생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로 행해지는 것들은 내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고 마음 속 깊이 나에 대한 보호본능과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었건거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안전한 삶을 살고 싶었던 거였다.


이제 누구도 나를 해할 수 없는 건 알지만, 어른이 되면 알게 될거라는 말이 이해하게 될거라는 말이 나에게는 적용되지않음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말을 뱉어내는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내게무해한사람 #모래로지은집 #최은영


가까이있지만 너무 가까워서 상처낸지도 모르고 세상 말간 얼굴로 웃고있는 사람들. 가까운 사이일수록 찔린 상처가 더 깊고 아파서 그래서 다들 적당한 거리 유지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럼에도 그 동그라미 안으로 자꾸 들어가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 어쩜 나역시 가해자였겠지, 무해한 마음이었지만. 그래서 여기 잘 서있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더 가까이 가지 말자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