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_ 황정은

책으로 생각하기

by eazy


‘계엄령을 내렸대?!‘



농담인지 현실인지 물음표가 가득했던 그날 밤에 나는 논문을 쓴답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동기들이랑 톡을 하고 있었다. 불안함과 초초한 마음 가운데, 이렇게 모든 것이 멈춰버리면 심사도 자동으로 안 하나? 나의 게으름과 의미 없음을 시국적 상황에 기대어 넘어가고자 했다. 다행히(?) 학사일정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었고 매주 거리를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방관자가 된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12월 3일 밤 이후로 무엇을 상상하든 과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니까 이 작은 일기는 그 시기의 기록이다. 6개월 남짓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비행기가 폭파되고, 산불이 나고, 싱크홀이 생기고,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시기를 적어 내려 가기에는 너무 괴로웠을 것 같은데 써 내준 작가님이 고마웠다.



그 시간을 채워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빚진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기록하자.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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