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zy Aug 30. 2022

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 _ 장수양, 문보영

책으로 생각하기

5월에 춘천에 다녀오면서 관장님이 나중에 맥주도 한 잔 하는 도서관 프로그램 기획하시려고 한다고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진짜 그 자리에 내가 앉아있을 줄 몰랐네. 너무 급하게 아티스트 섭외하고 사업계획안 올렸는데, 음향 오퍼도 없고 살짝살짝 끼어든 하울링에 불안 불안했지만 작가님 두 분의 작업실 이야기에 이어진 윤숭님의 ‘방’ 이야기는 나름 찰떡같아서 괜찮게 어우러진 시간이 되었다. 휴-


정신 차리고 행사를 돌아보니 장수양 문보영 두 분의 시인이 함께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였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가기 전에 책을 사서 볼까 하고 검색했는데 아직 출간 전이라 빈손으로 가는 게 죄송했는데 시작 전에 출판사에서 판매해주셔서 행사 다녀와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시가 너무 어려운데 시를 교과서로 접하고 그 의미를 추정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어에 숨겨둔 작가의 의도를 파악을 해야 한다는데 그 해석이 어쩔 때는 동의가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과 해석된 거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읽으면서도 내내 틀리면 어쩌지? 하는 오독의 두려움이 늘 따라왔던 것 같다. 내 자신도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일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아 시를 접하지 않다가. 작가와의 만남을 다녀와서 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함 속에 숨겨져 있는 90년대생 작가님들의 재기 발랄함도 좋았고 단어의 쓰임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나? 단어에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138페이지에 보면 ‘(버스에서) 졸다가 풍경에 부딪힌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되게 신선했고 그런 생경한 반가움이 북 토크와 책을 읽는 내내 마주하게 되어 이런 게 시인의 언어인가 싶었다. 그래서 얇은 책이었지만 되돌아 몇 번을 읽었네. #토끼는언제나마음속에있어 #문보영 #장수양


읽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책모임이 생각이 났다. 같은 글을 읽고 늘 다른 느낌을 가져오는 게 신기하고 좋은데 그런 과정을 기록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엄청 빡쎌 거 같고 미뤄진 모임도 다시 잡아야겠지만. 이러나저러나 각기 다른 생각이 만나 내가 가진 생각의 영역을 넓고 풍요롭게 해주는 과정은 너무 감사한 시간이다. 그래서 책이 좋다.


이 책 표지는 두 분 작가님이 서로에게 칭찬은 마구 던지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언어들만 마구 던지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를 향한 두 분의 응원과 연대가 지속되길 바라며. 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

작가의 이전글 밝은 밤 _ 최은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