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고 통보를 받다.
끝내 팀장의 입에선 그 말이 흘러나오고야 말았다.
더 이상 이 팀에서 일을 함께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2월까지 퇴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예감은 하고 있었다. 약 1년동이나 한 달에 몇 번씩 팀장이 날 끼고 업무를 함께 봐주며 체크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늘지 않는 것만 같은 이 답답한 직원이 얼마나 짜증 났을까.
그 말을 듣고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는 내내 마음속으로 이 장면을 상상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머릿속에서만 있던 순간들이 실제로 펼쳐지자 퇴사를 통보받는 이 순간이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늘 상상했던 것처럼 나는 이렇게 되는구나.'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동안 일이 늘지 않는 저를 신경 쓰시느라 고생하신 팀장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도 남겼다. 그 말을 하며 나 자신도 역시 지독하게 사회에 찌들어버린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팀장은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속한 팀을 담당하던 약 1년간의 시간 동안 나의 실수를 메이크업하며, 그녀는 직접적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나긋나긋하고, 차분하고, 꼼꼼했다. 과연 나와는 정 반대인 사람이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와 같은 사람들만 결국 남을 수 있는 곳이 직장이라고,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생각을 해오고 있었다.
ADHD를 처음으로 진단받고 약을 먹을 때, 나는 드디어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하하하 이것들아, 사실 내게는 너희들이 모르는 숨겨진 비법이 있다' 면서 자신만만해했다. 하지만 약은 드래곤볼이나 마법사의 돌이 아니었다. 약을 먹어도 나는 여전히 나였고,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실수투성이에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내 삶이었다.
이로써 결국 3번째 직장에서도 나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채 튕겨져 나오게 되었다.
약이 가져다주는 고양감과 그동안 해온 명상들의 힘일까, '아직 끝이 아니야' 하며 최선을 다해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지만, 나의 부족함을 직면하는 것은 언제나 눈물 나게 괴롭고 슬픈 일이다.
이번에도, 결국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