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흔히 그런 말이 있다.
없다가 없는 건 괜찮은데, 있다가 없어지는 건 안 괜찮다고.
그때처럼 이 말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그 작았던 생명체가 빠져나간 공간의 허전함은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세게 우리 가족을 덮쳐왔다.
"다녀왔습니다! 오구구 하양이 언니 기다렸어~?"
학교를 다녀오면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반겨주던 모습.
"하양이 심심해? 이거 던져달라고 언니한테?"
자기가 좋아하던 장난감을 가져와 내 앞에 툭 내려놓던 모습.
"엄마! 여기 강아지랑 같이 가도 되는 카페라는데, 한번 가볼래?"
주말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장소로 산책을 가기 위해 장소를 고르던 순간.
"누가 이렇게 못생겼을까나~? 큰일 났네 세상에~"
실없이 누워있던 너의 볼을 잡고 장난치던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이 그리움의 굴레 속에서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되어 파도처럼 우리 가족을 덮쳐왔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복작복작 시끄럽던 저녁 시간은 정적과 딱딱한 TV 소리만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 짧은 2년의 시간 동안 겪었던 일상이 그보다 더 전의 일상을 완벽히 덮어버린 탓에, 우리 가족은
지독하리만치 험난한 2년의 시차 적응에 패배한 채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양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불쑥- 엄마가 차키를 들고일어나셨다.
"가자, 우리 강아지 보러."
당시의 바보 같았던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 = 강아지를 사 오는 것' 이외의 생각은 할 줄 몰랐고,
어린 시절 자주 구경을 갔던 여전히 복작이고 있던 강아지 거리로 온 가족이 출동하게 되었다.
거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많은 강아지를 분양하는 가게들이 번쩍거리는 간판과 함께 탐욕스럽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학교 책상 반 정도의 작은 아크릴 박스에 담겨 가게 창문에 바짝 붙어 진열된 있었던 수많은
강아지들을 보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양이와 닮은 강아지를 찾아 헤매었다.
빈자리의 공백을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거리에 있던 가게를 모두 들어가 보고, 다시 나오고, 들어가고, 다시 나왔다.
당연하게도 하양이와 꼭 닮은 강아지는 찾을 수 없었고, 하양이를 향한 그리움만 한가득 키운 채로
거리의 끝에 있는 마지막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터벅터벅 기운 빠진 발걸음으로 가게의 문을 열고
기계처럼 가게 안에 있는 강아지들을 둘러보던 그때였다.
갈색과 흰색, 그리고 검은색이 섞여 있는 독특한 포메라니안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작고 어린 솜뭉치 같던 여리고 맑은 눈동자를 빛내던, 현 오둥이의 아빠 강아지이자, 우리 가족에게 다시
웃음을 되찾아준 나의 강아지가.
그 뒤로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가 손을 뻗어 강아지를 안아 올렸던 것 같다.
너에게 다가가는 내가 반가웠는지, 아니면 구세주라고 생각을 했는지, 키를 훌쩍 넘는 아크릴 벽을 넘을 기세로 폴짝이며 그렇게 너무도 작은 몸으로 가게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에너지를 내뿜는 작은 생명체가 나를 맞이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마치 '다른 강아지는 보지 마! 제발 나를 데려가줘!'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듯이 나와 눈을
맞춰오던 작은 너를 보면서 어쩐지 하양이의 맑은 눈망울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목 끝에 걸린 순간이었다.
"이 아이 컬러 진짜 없어요, 남자아이라서 아직 안 나가고 있는 건데 지금 데려가시면 100에 맞춰드릴게!"
가게의 간판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는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가게 사장님은 기필코 오늘의 장사 수완을
우리 가족을 통해 올리겠다는 심산을 숨기지 않고 번들거리는 탐욕스러움을 온 얼굴에 드러내며 다가오셨다.
입에서 침을 튀기면서 그저 강아지를 상품으로만 취급하던, 너를 팔기 위해서 열변을 토하는 사장님 한번,
그리고 너 한번, 번갈아 바라보며 결심했다. 아니 깨달았던 것 같다.
'네가 우리 가족이 되겠구나'라고 말이다.
그렇게 고2 여름방학, 하양이를 보낸 지 꼬박 일주일이 넘어가던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던 순간,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강아지 집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