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7. 두 번의 실수는 없다.



길고도 다사다난했던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푸르름이 녹음 지는 5월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1년 중 그 어떤 날보다 가장 중요한 첫 행사가 코 앞까지 다가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만의 준비를 마친 우리는 토니를 안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토니~ 1살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단호박과 계란으로 장식한 핸드메이드 케이크와 블루베리를 갈아서 만든 아이스크림.

토니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당근으로 만든 쿠키까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며 만든 생일 상차림에 신이 난 우리를 보며 덩달아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생일 케이크 한입 앙. 쿠키 한입 냠. 아이스크림 할짝.

아직 어린 토니다 보니 많은 양을 먹지는 못했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토니를 보며

토니를 데려오던 순간부터 겨울의 아픔을 거쳐 오늘이 오기까지 제법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한 생명을 땅과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길고 가혹했던 겨울의 계절이 지나고,

개나리와 벚꽃이 아파트 마당을 가득 채우던 봄을 지나,

벚꽃 잎이 바닥에 소복이 쌓여 흩날리며 나무들이 푸르름을 빛내는 토니의 생일을 맞이하기까지

아픔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그래서 특별함보다는 평범하고 지난한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폴짝거리며 쿠키를 더 먹겠다고 바동거리는 너를 품에 안으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 같다.


'토니야, 너의 평범하고 따뜻한 하루를 위해 누나가 더 애써볼게.'




그렇게 토니의 1살 생일이 지나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정기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3~5개월 연령의 어린 강아지들이 맞는 종합 백신 접종이 끝이 나면, 돌아오는 1살 생일에 맞춰 5가지의

정기 예방접종을 매년 챙겨서 접종해야 했다. 그중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접종도 있었다 보니

나와 엄마는 병원에서 정기 예방접종 문자가 도착하자마자 그 주 주말에 토니를 품에 안고 초스피드로

오픈 시간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다.

(지난 경험이 낳은 교훈을 몸으로 여실히 깨달았던 터일 것이다.)


아침부터 산책을 나와서 신이 난 토니의 통통거리는 발걸음에 맞춰 걷다가, 오픈 시간에 맞춰 토니와 함께

차에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순간까지 나도 엄마도, 동생들도 토니의 짝꿍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괴로웠던 지난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순간의 선택의 가혹함을 너무 뼈저리게 겪었다 보니 모두들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터였다.


어린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레벨까지는 아직 좀 더 내공이 필요하다고, 8시간 넘게 하루

온종일 우리를 기다리는 토니가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은 모두가 가슴 한편에 제법 묵직하게 미안함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주제에 두 마리는 무리라고 단언하면서.


그날의 발걸음이 오늘날 이 책의 이름이 5마리의 집사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는 토니이지만, 신기하게도 병원에서는 얼음이 되는 토니를 보며,

원장님께서는 이놈도 병원에서 기억이 좋지 않아서 이러는 걸 거라면서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토니를 진찰실 테이블에 올려 가볍게 여기저기 체크하시던 원장님이 갑자기 툭- 의외의 말을 꺼내셨다.


"보호자님, 혹시 토니 여자친구 만들어줄 생각이 있으셔요?"


갑자기 치고 들어온 원장님의 질문에 물음표만 동동 띄운 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는 우리를 보시면서

원장님이 다시 넌지시 말을 이어가셨다.


"동생이 폼피츠 한 마리를 구했는데,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아서 물어보더라고요. 혹시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을 아느냐고 말이죠."


보호자님들처럼 헌신적으로 강아지를 위하시는 분들이면 데려가셔도 토니랑 같이 잘 키우실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시던 원장님의 목소리와 동시에 마음속에서 둥둥- 울리는 문장이 있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잘 키우고 있는 게 맞나? 토니가 아팠고, 페퍼를 보냈는데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는 나와 동생을 뒤로하고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원장님께 되물었다.


"혹시, 저희가 데려가지 않으면 그 아가가 따로 갈 곳은 있나요?"


엄마의 질문이 생각보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던 것일까?

잠시 멈칫하시던 원장님은 예방접종을 끝내고 품을 벗어나려 바동거리는 토니를 엄마의 품에 돌려주시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셨다.


"그게 사실은 꽤 거절을 받았다 보니, 정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유기견 센터로 가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거기서도 찾지 못하면 -"


원장님은 문장을 끝맺으시지 못했지만 뒷 말은 듣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보호소 특성상 유기되는 수많은 아이들을 모두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게 되면 결국 안락사가

진행이 되고, 그렇게 그 강아지는 타의에 의해서 생이 끝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혹시 원장님, 그 아기 사진을 제가 볼 수 있을까요?"


그때까지 나와 동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엄마의 등 뒤에 병품처럼 서 있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등이 살짝씩 떨리고 있었으니까, 아직은 엄마도 무섭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나아가려

그렇게 좀 더 그때의 아픔을 죄책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무언가라도 해보려던 그때의 심정이

떨리는 엄마의 등에서 느껴져 괜스레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꾹 누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엄마의 요청에 화색이 돌며 사진을 보여주시는 원장님의 휴대폰 화면 속에 담긴 너를 처음 마주했던 그 순간,

어쩌면 이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진 속 작은 아가의 모습이 너무도 너와 같아서.


"엄마, 얘 페퍼랑 너무 닮았다. 꼭 페퍼가 - "



끝내 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내 눈에서 눈물이 퐁퐁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니를 바라보며, 물었던 것 같다.


"토니야, 누나랑 같이 이 아가 데려올까?"


너에게도 이 아가에게도 내가 최선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이 솟구치면서, 심장이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슬프면서 행복하고, 아프면서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우연처럼 운명처럼 페퍼 너를 꼭 닮은 아가를. 네 몫까지 꼭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그렇게 토니의 돌잔치가 지나던 6월의 어느 날, 선물처럼 다가온 너를 우리의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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