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순서 상으로는 오둥이의 넘버 2이지만,
실질적인 파워로는 넘버 1인 오둥이의 엄마이자 토니의 아내인 우리 지바.
지바는 정말 사람과 강아지의 특징이 반반씩 섞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빠르고, 무엇보다 눈치 하나가 사람 뺨치게 예술인 강아지다.
때는 예쁘게 앉아 있는 토니와 루시, 그리고 지바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라고 해도 못 만들 정도로 사이좋게 앉아있는 세 강아지를 발견한 나는
순간포착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슬쩍 카메라를 켰다.
지바의 경우에는 토니와 달리, 카메라를 켜면 발라당 뒤집히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기에
자연스럽게 그 앞에 앉아서 휴대폰을 등으로 가린 채로 조심히 카메라 어플을 켰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대체 어떻게 눈치를 챈 건지 스르륵 등을 돌리자마자 지바가 발랑 뒤로 뒤집혀 있었다.
얘...
지 혼자 이렇게 뒤집혀 있는 거야?
분명 십 초 전, 아니 오 초 전만 해도 정면을 보면서 헤헤 웃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켠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지바의 배는 하늘을 본 채로 꼬리만 살랑거리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카메라를 끄고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으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고
방실방실 예쁘게도 웃길래 다시 몰래카메라를 켜자마자 지바가 스르르 뒤로 넘어갔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럴 때마다 황당해하는 내 반응이 재미있는 건지,
지금도 헷갈릴 정도로 지바의 눈치는 귀신 그 자체였다.
*저 사진도 결국 뒤에서 사람이 잡고 나서야 겨우 찍는 게 가능했다...
그런 지바가 딱 하나 고장 나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머리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았을 때였다.
애버랜드를 놀러 갔다 온 나와 여동생이 머리띠로 사 온 랫서판다가 오둥이처럼 귀여웠기에
머리띠를 사는 순간부터 이 사진은 기필코 찍고야 말겠다고 결심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뒤적거려 머리띠를 꺼냈고,
지바에게 머리띠를 씌운 다음에 뒤에서 사람이 잡자! 싶었는데...
어라?
얘 고장 난 거 같은데...?
일시정지처럼 우뚝 멈춰있었다.
사진에서는 베--- 혀를 내밀고 웃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정말 고장 난 로봇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눈만 도르륵 굴렸었다.
그 모습을 웃느라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지만,
나름의 사진 찍는 노하우를 터득한 집사의 기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지바는 가족의 온기를 너무 사랑하나 봐!
오둥이에서 유독 지바에게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사진 같은 부분이다.
지바가 어디에 갔나 찾을 때마다,
저런 식이었다.
토니와 사이좋은 부부처럼 붙어있기도 했고, 막내딸인 루시와 다정한 모녀처럼 붙어 있기도 했다.
딱 한놈, 아들인 이안과는 희한하게 붙어 앉아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두 딸내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것처럼 옆에 앉아있을 때마다
살뜰하게 눈을 핥아주었고, 루시나 엘리는 머리를 지바 입 아래들이밀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포근한 광경이 매일 우리 집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두가 다 지바의 공이었다.
하... 그만 좀 찍지?
또 하나 지바가 다른 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진처럼 가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표정이 압권이라는 것이었다.
오둥이의 애교 킹은 토니나 루시가 크게 한 몫 차지하고 있었기에 제 자리는 순위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이라도 한 건지, 지바는 특이할 정도로 시니컬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자주 지었다.
얼굴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읽어주는 기계가 있었더라면,
아마 나나 우리 가족은 꽤나 지바의 말에 상처받고 속상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가끔 바보짓을 했을 때나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낼 때마다
지바는 딱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곤 했다.
아이고 저 화상 또 저러네.
언제 철 들려나 몰라.
지바의 나이도 어언 10살이 다 되어가는지라,
별명도 지바와 할머니를 합쳐서 장난 삼아 '지할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수십 개나 되는 어느 노랫말 가사처럼
지바의 표정이 리얼하게 와닿을 때마다 별명은 매일같이 쌓여가는 중이다.
오색 빛에서 두 번째로 찬란한 빛을 뿜는 지바의 오늘의 별명은
새벽같이 일찍 일어난 나를 귀신 보듯 쳐다보고 있었기에,
지바 + 귀신 = 지귀신이다.
오색 빛 시리즈를 시작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존재인 우리 지바.
흔히들 강아지는 새끼들과 거리를 두고 키우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의 브런치 작가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 되었을 것이었다.
더불어 떨어뜨려 놓았더라면 지바가 앓다가 골병이 났을 가능성이 100%였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말처럼 말이다.
다둥이를 키우는 게 여전히 벅찬 일이지만,
10년의 세월을 함께 보내며 그 속에 지바가 육아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삼둥이가 지금처럼 무탈히 건강하게 자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바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두 번째 오색빛 시리즈 편을 끝맺음한다.
지바야 언제나 항상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