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오둥이 중 셋째, 토니와 지바의 첫째 아가인 공주님 엘리.
이 아가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퀴즈 하나를 내어 볼까 합니다.
Q. 아래 사진 속 표정이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자기만 빼고 다른 강아지만 간식 주는 걸 목격해서.
2) 그냥 단순히 원래 표정이 저래서.
3)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겁먹어서.
4) 오늘은 산책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5) 산책이라고 사기치고 병원에 갈 것 같아서.
정답은 60초 광고 뒤에- 가 아니라, 빠르게 정답을 공개하자면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기만 빼고 다른 강아지만 간식 주는 걸 목격해서.
2) 그냥 단순히 원래 표정이 저래서.
3)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겁먹어서.
4) 오늘은 산책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5) 산책이라고 사기치고 병원에 갈 것 같아서.
맞추신 분들이 얼마나 되실지는 모르지만, 이 아가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겁'입니다.
흔히들 포메는 싸가지가 없다, 예민하다 등등 비슷한 류의 소문들이 하나의 특징처럼 자리했지만,
포메와 폼피츠 오둥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하나 확신하는 건 꽤나 예민한 성향이라는 부분일 겁니다.
그 성향이 가장 짙은 게 오둥이 중 엘리, 우리 집 최강 겁쟁이랍니다.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걸 아는지라,
최대한 집 안으로 외부인이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는 있지만.
"띵동- 안녕하세요 도시가스 점검입니다!"
"똑똑- 소독이에요~"
"쾅쾅쾅- 등기우편입니다, 문 열어주세요."
코로나 시대 이후의 특혜라고 해야 할지, 다행히 배달이나 택배의 경우에는 비대면으로 처리가 가능했지만
등기 우편은 서명을 필요로 했고, 소독이나 점검은 직접 점검원이 안으로 들어오셔야 했기 때문에
도저히 인력으로 막아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개중에는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펜스 친 방 안으로 오둥이를 우르르 몰아넣었어야 했는데, 그때 찍힌 사진이 바로 위의 저 사진이다.
한껏 겁을 집어먹은 눈망울과, 마치 고모 오오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온 것 같아, 어떻게 해???
라고 우는 소리를 내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저 표정까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귀여울 뿐이었고, 엘리는 공포특집 그 자체인 시간이었다.
9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여전히 그 겁은 줄어들지 않았고,
그에 동반자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이 최대한으로 해줄 수 있는 건
그때마다 하나뿐이었다.
괜찮아 엘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거니까.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 옆에 항상 네 가족이 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쟁이 엘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유모차 타고 주변 둘러보기!
신기하게도 집 안에서 모르는 사람을 마주하면 겁이 한가득인 엘리가
밖에만 나가면, 그것도 유모차만 타면 호기심 천국 강아지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손길에 꼬리를 치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강아지들에게는 그러했으며
오둥이 중에서 가장 사교성이 좋은 강아지 중 하나가 바로 토니 다음으로 엘리라는 아니러니 한 사실이다.
강원도의 곳곳이 관광 명소이다 보니, 오둥이 모두와 함께 나란히 걷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때문에 언제나 차 트렁크를 차지하는 건 바로 오둥이 모두를 태울 수 있는 유모차 두 대였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바닷길 로드이다 보니
도착하자마자 유모차를 펴야 했고, 인파도 북적이는 터라 안전핀까지 하네스에 야무지게 채워야 했다.
그렇게 제법 긴 동해의 바닷길을 덜덜 거리는 유모차의 승차감과 함께 했고,
엘리는 푸르게 이어지는 바닷길이 신기한지 연신 헤헤 웃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그 모습에 홀랑 시선을 빼앗겨 사진을 넘치게 건지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얼굴 한 조각이면 충분한 유모차 여행길이었다.
엘리의 단짝 같으면서도 앙숙 같은 루시, 사이좋은 듯 오롱 거리는 자매사이.
자매 사이라는 게 참 강아지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는 걸 이 두 똥강아지들이 보여주곤 한다.
사람 자매 사이도 어느 때는 죽마고우 못지않게 절친했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확 틀어져서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데면데면하는.
우습게도 강아지 자매 사이도 그러한 법칙이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어쩌다 보니 강원도의 이야기를 연달아 꺼내게 되었지만,
그 여행의 숙소에서도 자매의 웃기는 모습들이 꽤나 자주 포착되었다.
"엄마, 쟤들 또 저렇게 같이 붙어있는다? 아까는 서로 팝핀하는 것처럼 으르렁 거리더니."
"하여튼 웃기는 짬뽕들이라니까. 누가 보면 아이고 사이좋아요~ 하겠어ㅎㅎ"
간식을 더 먹고 싶다거나, 서로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투닥거리는 것이라면 이해라도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웃기는 짬뽕 자매들이 투닥거리는 이유는, 우리 집 7대 불가사의에서 넘버 1을 차지한다.
즉, 아직까지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밥을 먹는 엘리 뒤에서 킁킁 냄새를 맡다가 콕콕 찔러서 으르렁 거리며 빙글빙글 돌거나,
자고 있는 루시의 옆에 엘리가 어쩌다 붙어 앉아서 루시가 으릉! 하며 일어나거나,
(어떨 때는 또 사진처럼 같이 누워 있으니 정녕 알 길이 없는 투닥거림이다.)
무튼 일상적이고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순간순간에 저렇게 아웅다웅하다 보니,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이 넘는 경력의 집사에게도 영 모를 일로 자리하고야 만 것이었다.
(혹시 아시는 바가 있다면, 부디 알려 주세요....)
글을 쭉 써 내려가다 보니,
엘리의 험담 아닌 험담이 된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움찔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첫 포문을 뚫어 태어나 준 엘리 덕분에,
남은 이안과 루시도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느끼곤 한다.
어딜 가나 세 쌍둥이처럼 서로를 찾고, 사이좋게 나누어준 간식을 먹고 뺏으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마만큼 사이가 돈독하고 누구보다 서로서로 의지하는 삼둥이고,
그 가장 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게 엘리, 삼둥이의 1번 강아지라고 소개를 마치고 싶다.
투닥거리고 겁이 많아도,
언제나 예쁘게 웃어주는 밀가루 같은 내 똥강아지.
이 글이 훗날 너에게 꽤나 좋은 선물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오랜만에 돌아와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