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오색 빛 시리즈의 네 번째 주자.
우리 집 대왕 찌등이, 엄마에게는 손자 나에게는 조카인 이안이다.
예전 브런치 북에서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안이라는 이름은 순수히 나의 취향이 가득 담겨있는 이름이다.
https://brunch.co.kr/@eb0d14374c46424/27
그렇다 보니, 이안을 부를 때마다 이름에 대한 만족감이 항상 하늘을 찌르곤 한다.
흔한 듯 흔하지 않으면서, 뭔가 시크하고 도도한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허나, 하지만, BUT, HOWEVER.
이름 따라 살게 된다는 말이 개똥 같은 소리라는 걸,
몸소 증명해 주는 놈이 바로 이 놈, 이안이다.
흔히들 괴롭히는 맛이 있다, 자꾸 얘만 보면 장난을 치고 싶어 진다-라는 부류가 있는데,
그게 딱 우리 집 넷째 이안이다.
아침에 반갑다고 뽀뽀뽀처럼 미친 듯이 꼬리 풍차를 돌리면서 안겨 오다가도
이안~~ 하고 얼굴을 조금만 가까이 들이밀면 바로 찌등찌등 투정 부리기가 시작된다.
발을 만져도 으에엥.
배를 쓰다듬어도 으에엥.
코를 톡 쳐도 으에엥.
궁딩이를 팡팡 두드려도 으에엥.
처음에는 손길이 싫은 건가? 싶어서 서운하기도 했지만,
손을 떼는 순간 다시 만지라고 머리를 들이밀거나 손을 긁는 것도 이안이다.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지, 만져 달라는 건지 만지지 말아 달라는 건지.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강아지 속은 모른다더니.
그 말이 딱 우리 이안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이안아, 대체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뭐니?
사진을 보시는 많은 독자분들이 가장 이 에피소드에 공감을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정말 요상한 자세로 잔다.
저렇게 자면 머리에 피 안 쏠리나? 아니 대체 왜 저러고 자는 거지? 저게 정말 편한 건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요즘의 일상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일과 중 하나이다.
이제는 자주 봐 온 광경이라서 또 저러고 자고 있네. 싶다가도
"야야. 쟤 코에 손가락 좀 가져다 대 봐. 숨 쉬나 확인 좀 해봐."
"숨은 쉬는데...... 눈이 헤까닥 뒤집혀 있어서 꼭 심령 강아지 같은데?"
견권(?) 보호를 위해 차마 눈을 뒤집고 자는 사진은 올리지 못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러 나왔을 때도, 오후 커피 타임을 가질 때에도
항상 이안이의 디폴트 값은 저런 자세이다.
하늘을 향해 배를 벌렁~ 눈은 훾까닥~ 팔다리는 하늘로 만세~!
얼마나 저 자세로 빙글빙글 거실에 크게 깔아 둔 매트리스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자는지,
오죽하면 털이 뒹굴 굴렀던 방향 그대로 가지런히 모여버릴 정도다.
와중에 안정감을 찾고 싶은 건지, 벽에 앞다리와 뒷다리까지 야무지게 붙이고 천천히 잠에 빠진다.
SNS를 여럿 보다 보면, 이런 식으로 잠을 취하는 강아지들이 제법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저런 자세로 자는 게 과연 평범하게 자는 강아지의 잠인가?
여전히 풀지 못한 얀얀이의 미스터리이다.
집에 안마의자를 들여놓음과 동시에 빼앗겼다.
그 원인의 선봉장에 있는 강아지는 바로 사진 속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우리 집 넷째 얀얀이다.
"엄마, 쟤 또 안마의자 올라가 있는데?"
"맞아. 아까 내가 내려오라고 엉덩이 밀었더니 엄청 찌등찌등 거리더라."
기본 베이스는 토니를 닮아 포메라니안 유전자를 가지고 있겠지만,
지바가 폼피츠의 색이 짙다 보니, 이안이 그 유전자를 많이 택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때문에 6:4의 비율 정도로 스피츠의 생김새를 닮다 보니, 누나인 엘리나 동생인 루시보다
키도 훨씬 크고 다리도 배는 길어 등치가 가장 좋은 게 이안이다.
거기까진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데,
다리가 길 수록 높은 곳을 좋아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스피츠 유전자를 가진 종의 특성이 그런 걸까?
좌우지간 높은 곳만 보면 못 올라가서 안달이다.
산책을 하면서도 유모차에 타는 것보다는 키가 180이 넘는 삼촌의 어깨에 매달리는 걸 좋아하고,
집에 새로운 의자를 가져다 두면 일단 올라가서 한 시간 넘게 죽치고 앉아 있는 게 취미인 녀석이다.
그 컬렉션에 가장 최고가를 자랑하는 폭신폭신한 안마의자가 추가되었으니,
이건 뭐, 이젠 한 번 쓰려고 할 때마다 이안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잡을 먹는 테이블까지 차지하고 앉았다.
아빠인 토니까지 합세를 하는 바람에 이젠 방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할 판이다.
그래 뭐, 너희들이 행복하다면 된 일이겠지.
집사는 괜찮아, 정말...... 괜찮아.... 하하....
벌써 이안도 9살이 되어 어느덧
노견에 접어든 나이이지만,
토니의 새끼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여전히 집사들의 눈에는 9개월 철부지
강아지로만 보이곤 한다.
그 흔한 잔병치례 한 번 없이,
다치고 아픈 일 한 번 없이.
누구보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준 이안이기에
사실 위에서 말은 저렇게 했어도
고맙고 감사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허락되는 시간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매일매일 지금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항상 씩씩하고 팔팔하게!
평범한 오색 빛의 일상을 함께 해주기를.
그렇게 될 수 있게 조금 더 짙고 깊은 다짐을 하는,
7월의 어느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