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드디어 오색빛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인 우리 집 막막둥이 루시의 차례이다.
첫 사진을 뚱~~ 한 표정의 이 사진으로 고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평소 자주 보이는 시그니처 표정이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나름의 이미지 반전! 을 주기 위함이다.
그렇다.
루시를 주제로 하는 첫 소제목은,
시크도도 뚱~ 해보이는 위의 사진과 정확하게 대비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웬만큼 놀라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루시는 언제나 사진 속 얼굴처럼 방실방실 웃는 얼굴이다.
어찌나 해맑고 큰 웃음을 짓는지 옆에 앉아서 웃고 있을 때면 헤~헤~ 소리가 실시간 라이브로 들려서
과장 조금 보태어 귀가 다 아플 지경이 고는 한다.
"루시야ㅎㅎ 네가 맨날 그렇게 헥헥거리니까 계속 목이 마르지~!"
"고만 웃고 이제 그만 낮잠 좀 자는 건 어떻겠니? 언니오빠 아빠엄마 다 자고 있잖아~"
너무 행복해 죽겠다는 듯이 웃고 있다 보니,
저런 식으로 실없는 말을 건네기도 하고, 혓바닥에 손가락을 톡 올려두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뭘 어떻게 해도 싫은 티 한번 없이 방실거리는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곤 한다.
오둥이 모두가 매일 빵긋 웃고 있기는 하지만,
루시는 누가 보아도 "나 행복해 죽을 것 같아!! 오늘 기분 최고!! 내일도 기분 최고일 듯!!"을 뿜뿜 내뿜는다.
그 덕에 기분이 울적하거나 속이 상할 때에도 루시의 얼굴만 보면 금세 멍울진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런 고로, 우리 집 가장 큰 해피 바이러스는,
만장일치로 예외의 의견 하나 없이 루시! 루시가 되시겠다.
가장 최근의 강원도 여행에서 건진 사진 한 장.
독자님들이 보시기에는
저게 과연 무얼 하는 행동처럼 보이시나요?
추측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루시의 속을 까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저 행위 자체가 왜 그러는 것인지는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귀결된 상태이다.
간혹 토니가 엄마가 출장을 위한 짐을 쌀 때, 열어 놓은 캐리어 안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기는 한데
(이 경우에는 엄마가 캐리어를 꺼낼 때마다 하루 이틀 정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하는 건가? 하는 어림짐작을 해볼 수 있다. 실제로도 그 가설에 가장 무게가 많이 실려있기도 하고...)
캐리어 안에 들어가고 싶은 유전자가 있나?라는 되지도 않는 망상부터,
루시가 토니의 행동을 보고 배운 건가? 하는 추측도 해봤지만,
막상 집에서 짐을 쌀 때는 캐리어에는 관심이 없는 게 루시이다.
그런데 꼭, 여행에서 묵을 숙소에서 짐을 풀기만 하면
저런 식으로 캐리어는 내 거! 하며 헤헤 웃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나도 둘도 아닌, 셋도 아닌 다섯이나 되다 보니 이런저런 상황이나 행동에는 도가 텄다.
그렇지만 가끔 저런 식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왜 그러는 걸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한다.
정말 캐리어가 좋은 것이라면,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광경이 될 수도 있지만 캐리어 하나를 루시에게 선물할까 싶기도 하니 말이다.
"어? 진짜? 그럼 나 하나 사줘! 그 안에 푹신푹신하게 쿠션도 깔아줘!"
-라고 말만 해준다면 그 즉시 실행에 옮기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확률은 0에 수렴하니 이젠 그저 저럴 때마다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사진 속에 남겨 두려는
우리 집 가족 사진사들의 배틀과 유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얻어먹은 경험도 있고, 실제로 먹어본 것들에 대한 맛도 기억하는 오둥이다 보니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위해 부엌 테이블 의자에 앉을 때면 저런 식으로 의자 밑에 찰싹 붙어 앉고는 한다.
물론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기에
식사 자리에 올려진 음식들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때에 따라 배추나 생 파프리카 따위의 것들을
다섯 개 세어서 한 놈씩 주고는 한다.
칙칙폭폭 열차처럼 순서대로 배추나 파프리카를 물고 가는 모습이 미치게 귀엽지만,
여기서부터 엄청난 식탐 대마왕 한 입만 좌의 반전이 시작된다.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영악하다고 해야 할까?
토니가 슝 지나가고 그 뒤로 지바 엘리 이안이 지나가고 나면, 자연히 마지막 차례인 루시도 지나가겠거니-
생각하며 동영상을 찍던 손 한가득 기대감을 담아 기다리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루시는 테이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저 꿈쩍쿰쩍 배추 뜯는 소리만 스산하게 날 뿐이다.
소리가 나는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내리면,
루시는 정확하게 배추를 주던 손이 내려왔던 곳을 빤히 응시하며
한 발로는 배추의 밑동을 꽉 눌러 잡은 채로, 맹수가 고기를 뜯는 것처럼 배추의 머리 부분을 으적으적
뜯어서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입에 쏙쏙 넣고 씹고 있다.
마치,
"아니, 어차피 배추 또 받아먹으려면 테이블로 와야 하는데 굳이 왜 거실로 가서 먹어?"
"차라리 테이블 밑에 앉아서 빨리 먹고 아빠엄마 언니오빠보다 하나 더 받아먹는 게 이득 아닌가?"
이렇게 철저히 계산을 마치고 움직이는 모양새 같기도 해서 가끔 섬뜩하면서도 놀라운 기분이 든다.
강아지들의 지능이 최고로 좋은 경우에는 7세 아이정도의 지능이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똑똑하게 구는 모습이 팔불출처럼 뿌듯하다가도 가끔 무섭기도 하다.
일전 또 다른 챕터에서 오둥이의 사진 찍기가 가장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eb0d14374c46424/46
하지만 집사들의 열정은 가끔 폭발하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아득바득 단체 사진을 건져낸다.
퀄리티가 떨어지고, 화질이 깨지거나 어느 한 명이 앵글 밖에 나가 있기도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가 자기만족이 되면 완벽한 것이니 나름 저 사진 세 개도 베스트 컷이기는 하다.
여하튼 각설하고, 단체 사진을 루시의 챕터에 넣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루시가 단체 사진을 찍으려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눈치채는 강아지이기도 하고,
한 앵글에 담기 위해 오둥이를 한데 모으는 순간부터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옆에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네?! 근데 오빠도 있고 언니도 있어! 나 진짜 부자 강아지인가 봐!"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에게는 그 근처에 있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나온다고 하더니,
강아지의 경우에도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톡톡히 루시를 통해 우리 가족은 겪고 있는 중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온갖 난항을 겪고는 하지만, 루시가 웃는 얼굴을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
그렇게 한데 오둥이를 모아 셔터를 연사하고 나면 비로소 완벽한 하루 충족이 완성된다.
볕이 좋은 날이면 그 충족감은 배가 되기도 한다.
가을 햇볕이 선연하던 어느 하루도 그랬다.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들판의 가운데에서,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아 시간적인 마음의 여유가 충분했던 그날.
오둥이 모두가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이 그득하게 담긴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의 시발점에는, 언제나 그렇듯 루시가 있었다.
어느덧 오둥이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수어 달이 지나간다.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독자님들도 조금 늘었고,
가끔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고생하신다는 말을 전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럴 때마다 이 글을 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지는 마음이다.
여전히 오둥이와 함께 하는 삶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 속에서 언제나처럼 루시가 방실거리며 웃어 주고 있다면, 그로 인해 오둥이 모두가 그러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충분한 인생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세상 모든 반려 집사님들께 이 글이 전해지지는 못하겠지만,
혹여 지나가는 분들 중 집사 님들이 계신다면
잠시 쉬어가는,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막둥이 루시! 앞으로도 우리 집 해피 바이러스 역할 잘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