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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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둥이의 가장 멋진 선봉장이자 11살이 된 지금까지도 사고뭉치인
우리 집의 가장 큰 보물 중 하나인 토니.
토니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이야기는 위의 첫 브런치 북에서 꽤 길게 시작과 끝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
이번 오색빛 시리즈에서는 오둥이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버릇들에 대한 일명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토니는 아내인 지바를 맞이하기 전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을 외동 강아지로 지내와서 그런지,
삼둥이가 태어나고 난 이후로도 어울려 놀기보다 혼자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더 선호했다.
삼둥이 중 막내인 루시가 격하게 애정표현을 하며 꼬리를 칠 때는 정신이 사나운 모양인지
그르릉 거리며 꽁무니를 뺄 때도 있었다.
뭔가 아빠와 아기들이 더 사이좋게 놀 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새로운 장난감과 코담요, 일명 노즈워크로 함께 놀아주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또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일까?
세상에 코담요는 토니가 관심이 없었고,
마상에 장난감은 아기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콩알만 한 간식과 사료들을 일일이 길고 큰 노즈워크 판 2개에 숨기느라 30분을 썼는데,
정작 토니는 몇 번 냄새를 맡더니 시큰둥하게 장난감을 물어왔다.
그 모습이 마치
"누나! 이상한 거 시키지 말고 그냥 이거나 좀 던져주지? 삑삑 소리도 좀 내주고?"
이렇게 말해오는 것 같아 어이가 없는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토니가 수도 없이 장난감을 물어오고, 잡으러 가고 하는 동안
삼둥이, 특히 엘리가 노즈워크 헤비 중독자가 되어 버렸다.
이후로도 삼둥이의 재미를 위해 30분이 넘는 수고스러움을 감당해야 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스스로 판 재앙에 스스로 뚜벅뚜벅 들어간 꼴이었다.
또 하나 아내와 아가 강아지와 토니가 다른 점은,
단독 사진을 꽤나 사진을 찍을 줄 안다는 것이었다.
삼둥이의 경우에는 일단 카메라를 들이밀면 가만히 있지를 않았고,
지바의 경우는 발랑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해서 토니처럼 예쁘게 웃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토니, 여기 볼까? 아이고 예뻐라 내 새끼. 이번에는 웃어볼까? 헤헤 웃어봐, 옳지 아이고 잘하네 우리 토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더니 토니의 단독사진 경우에는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웃어 달라고 하면 웃어주고, 자세를 고쳐 놓고 다시 카메라를 켤 때까지 얌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주었다.
그래서 강원도에 여행을 다녀올 때에도 토니의 단독사진으로 휴대폰 사진첩을 빵빵하게 채울 수 있었다.
남는 건 언제나 사진뿐이니, 사진을 잘 찍어주는 건 토니에게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
이렇게 귀여운 선글라스 사진도.
성별이 의심될 정도로 곱상한 모자 장수 사진도.
전부 토니였기에 가장 찍기 쉬운 것들이었다.
나머지 네 똥강아지들이 토니의 반의 반 만이라도 사진을 좋아했다면,
사진첩이 더 풍요로워졌을 거라는 아쉬움도 때때로 고개를 들곤 하지만...
이제는 그게 고놈들 성격이려니 생각하며 이해하고 넘어가기 시작한 뒤로는
그 아쉬움의 정도가 조금은 옅어졌다.
사람 중에서도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강아지라고 그런 게 없을 게 뭔가 싶다ㅎㅎ
마지막 썰은 조금 개그스러운 느낌이라는 점을 스포 하고 싶다.
사실 사진만 보아도 대체 저 강아지는 어디에 들어가 있는 거지? 싶으신 독자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 캐리어는 엄마의 2박 3일 출장 짐을 싸기 위해 꺼내 놓은 것이었다.
헌데 캐리어를 열고 짐을 넣기 시작하던 와중에 뜬금없이 토니가 그 안에 들어가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엄마 어디 가는데? 어딘지는 몰라도 나도 데려가!"
딱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옷가지를 집어넣던 엄마와, 엄마를 돕던 나는 동시에 빵 터지고 말았다.
토니를 안아서 밖으로 데려 나왔고, 털이 범벅이 된 캐리어를 다시 탈탈 털고 그 위로 짐을 차곡차곡 넣었다.
"나를 막을 수는 없어! 나도 갈 거야!"
의지의 한국 강아지에 빙의라도 한 건지, 토니는 꺼내 놓기가 바쁘게 캐리어로 기어 들어가고 들어갔다.
지치지도 않는지 매번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똬리를 트고 앉는 토니의 모습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엄마와 나는 다른 캐리어를 꺼내서 높은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일을 두 번하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어쩐지 짜증보다는 귀여워 미칠 것 같은 웃음만이 실실 흘렀다.
뭐 눈에 콩깍지라고 하니, 딱 그 콩깍지에 제대로 나와 엄마가 쓰여 있는 셈이었다.
토니의 기행 아닌 기행은 이후로도 꽤 여러 번 다양하게 개시되었고,
그때마다 남은 네 마리 강아지는 동조하기보다는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서 뭐 하는 거지?
호기심은 가득인 눈빛이었지만 동조는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짧게나마 토니의 귀여운 썰들을 조금 풀어보았는데,
독자님들은 어떠셨나요?
오색빛이라는 제목처럼 토니패밀리의 다섯 강아지들은 저마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점들 투성이인지,
오둥이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다이내믹하고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한 10년의 세월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큰 빛을 안겨주는 토니가 이제 어언 11살이 되었고,
나이가 우습다는 듯 여전히 산책을 나가면 팔짝 거리며 뛰기 바쁘고 여기저기 아는 척을 하느라 바쁘답니다.
여전히 털이 북실북실해서 모량이나 탈모 걱정은 생각도 한 적이 없고,
다쳐서 수술한 적은 있었지만, 그 흔한 잔병치례조차 없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커준 토니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다는 짧은 편지를 남기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토니야 앞으로도 남은 시간 동안
누나랑 같이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어 나가자!
오색빛의 가장 큰 빛인 토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