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절향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연 Dec 24. 2023

[동유럽 여행] 짙은 날의 짙은 농도, 잘츠카머구트

짙은 농도 짙은 경험 짙은 연륜

흐린 날, 나쁘지 않았다.

흐린 날이 이 정도다.


저기 저 강 멀리 맑은 하늘을

여기 하늘 가득히 가져오고 싶었다.

잘츠카머구트 배가 들어오는 모습


그래도 볼프강 호수에서 유람선을 탈 예정인데

비가 떨어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여행을 함께 다니는 사람들 모두 긍정인들이었다.


볼프강 호수 유람선을 타고 찍은 풍경

짙은 단풍의 농도

짙은 강의 농도

강에서 무언가 짙은 질감이 느껴진다.

잘츠카머구트

'맑은 날이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지만

매일매일이 맑은 날일 수는 없기 때문에

흐린 날의 잘츠카머구트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잘츠카머구트 식당 내부


잘츠카머구트에서 식사를 하고 기념품 구경을 했다.


같이 여행하는 일행 중 한 분이 기념품샵을 구경하다가

실수로 열쇠고리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가게 주인은 알 수 없는 말로 탁자를 탕탕 내리치며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시 가게 안에서 구경을 하던 나는 그 소리에 크게 놀라 주변 눈치를 보며 슬슬 밖으로 나갔다.


후에 그 일에 대해서 버스 안에서 언급이 되었는데, 열쇠고리를 떨어뜨린 일행은 그 열쇠고리와 다른 열쇠고리까지 맘에 들어 구매했다고 한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겪고 나서 그 일행에 대한 존경심이 크게 피어올랐다. 내가 그 일을 겪었다면 크게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거나, 그날의 기분 나쁜 감정이 오래갔을 수 있다. 


하지만 일행 분은 달랐다.


상대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해서 자신이 맘에 들어하는 물건을 포기하지도 않았으며 그날의 여행 기분을 스스로 망치지도 않았다. 물건을 구매하여 가게 주인의 화난 마음도 풀렸을 것이다.


상대가 화를 내는 것에 대응하지 않는 모습에서

삶의 지혜가 느껴졌고

사회생활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인생의 선배 같은 연륜이 느껴졌다.


상대가 나를 욕했을 때 그것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이라고 한다.

교훈을 듣기만 했을 때보다 직접 그 모습을 눈앞에서 경험하니

얼마나 멋진 모습인지 와닿았다.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알려주신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차로 이동하며 본 멋진 풍경


산 높은 곳이 눈으로 덮여 멋진 풍경을 이루었다.


멋진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여


풍경의 운치마치

단풍이 익어가는 것처럼

구름과 강물의 색감이 짙어가는 것처럼


인격의 운치를 만나 더욱 짙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유럽 여행] '프라하'라 쓰고, '낭만'이라 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