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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연 Nov 29. 2023

추억

예전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

 동기 언니와 약속을 잡고 내일 서울로 한번 나가보려 하는데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대학교를 다니며 자유롭게 맛집을 찾아다니 날들과, 활기차게 대학 주변을 걸어 다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와 지금 나는 같은 사람으로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많이 다른 느낌...


과거가 된 나날들


 과거는 멀어질수록 더 아름다워진다는 말이 있다. 성시경의 '더 아름다워져'라는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보면 감미로운 멜로디와 성시경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루 자고 나면 하루만큼 더 아름다워지는 추억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지금 느낄 수 없기에 지금과는 다른 과거의 모습이 더 미화되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교를 무척 좋아하는 나


 나는 유난히 우리 학교가 너무 좋았다. 대학교 지금 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 나는 학교로 향했다. 처음 학교를 마주한 날이 우연히 졸업식을 하는 날이었다. 사람들이 많았고, 역에서 학교까지 그 많은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학교로 흘러갔다. 처음 평화의 전당을 마주친 순간 나는 현실세계가 아닌 곳을 본 것 같은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학교에 반해버렸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학교에 직접 간 이후 나는 합격한 사실이 몇 배로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회기에 처음 간 날 학교 앞 거리들을 처음으로 본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미 나의 많은 추억들이 담겨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았지만 익숙한 거리.. 앞으로 나의 많은 추억들이 쌓일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는 사실이 행복했다.

 처음 본 것이기 때문에 신선한 자극이겠지

 이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처음 가봤기 때문에 좀 더 기쁨이 클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학교에 있을 때 느껴지는 행복이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공존했다.

놀랍게도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해서 감탄을 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나오면서 보이는 풍경들에 지금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를 일상 속에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보이는 새로운 모습들도..

 살면서 우리 학교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와 잘 맞으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고 친해지더라도 계속해서, 그리고 처음보다 더 감동을 주는 사람..

 이전의 기분과 상관없이 학교에서 걷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학교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이유 모를 힘이 있다. 처음 회기의 거리들을 보면서 내가 기대했던 만큼 맛있는 음식들도 먹으러 다니고 좋은 추억들도 생긴 것 같다. 학교와 역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들었던 노래 중에 아이유의 '밤 편지'가 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다 보면 회기 거리를 걷던 기억과 그 당시 설레던 마음들이 떠오른다.


추억을 저장하다


 이렇게 꽤 오래전부터 나는 노래에 추억들을 저장해 놓는 습관이 있다. 물론 나 말고도 노래에 추억을 저장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노래 하나나 몇 개에 꽂히면 그걸 반복해서 듣는 습관이 있다.

몇 가지 노래가 너무 좋다 보니 질릴 때까지 듣다가 다른 새로운 좋은 노래들을 발견하면 다시 그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다시 예전에 반복해서 듣던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 내 삶의 느낌과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그 노래 속에 나의 추억들이 저장되어 그때의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현재에는 지금의 향기가 어떤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 그 당시 자주 듣던 노래 멜로디를 다시 들으면, 그때의 향기가 되살아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지금의 향기가 어떤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요즘 자주 듣는 노래 속에 현재가 추억으로 포장되어 담기고 있을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적용되던 현상인 것 같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도서관에 있었는데 문득 예전에 많이 들어본 것 같은 클래식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좋은 멜로디였고 나의 아주 오랜 추억이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치 나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노래였다. 어디서 들어본 듯하면서 나의 더 어린 시절을 느껴지게 만들어주는 멜로디였기 때문에 나는 멜로디를 들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찾고 싶었다.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인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후에 그 노래를 다시 찾았을 때 그 멜로디는 바로 내가 7살, 8살 즈음에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여름향기'의 ost인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였다. 이 노래가 무엇인지 발견한 후에 속이 좀 시원해졌다. 정체를 알고 싶던 노래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마치 잃어버렸던 나의 어릴 적 사진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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