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를 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오늘도 어김없이 내 옆에 누워 밤새 팔베개를 해주는 남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뼛속까지 내 것인 사람. 그의 목덜미에 코를 비비며 냄새를 맡는다. 익숙한 그의 체취가 폐속 가득 차오른다. 그러면 그는 잠결에조차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등을 어루만진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회사에서 있었던 나쁜 일도, 아이들을 돌보며 힘들었던 순간도 다 잊힌다. 그저, 묘하게 가슴이 일렁인다.
결혼한 지 7년. 친구로 지낸 세월 7년에 연애기간 2년까지 도합 16년을 함께한 남자. 그를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는 내 곁에 있다. 그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복인지, 나는 알고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를 보기 1년여 전, 난 이미 소설로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 소설과 닮은 듯 다른 드라마. 특히 마지막회는 단순히 저 둘의 인생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보고 슬퍼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소설을 보면서는 정말 펑펑 울었는데, 드라마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마냥 행복했다. 드라마를 보며 알게 된 것이다. 난 정말 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그와 나 사이에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 아이가 있다. 나를 닮고 그를 닮은 아이들이 우리 사이에 있다. 설령 우리 인생에 힘든 일이 생긴데도 나는 그를 믿는다. 어떻게든 해쳐나가며 의지할 누군가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를 낳고 세월이 흐를수록 사랑은 커지고, 믿음은 단단해진다. 겨우 7년 여를 함께했는데도 이리 커진 마음. 앞으로 20년, 30년의 세월을 당신과 함께한다면 우리 사랑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난 분명 그 훗날 미래의 사랑이 더 단단해지고 더 반짝거려질 것을 믿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투명하지만 세상 무엇보다 단단해지는 다이아몬드같은 사랑이 우리 사랑이라는 걸 믿는다.
이 드라마를 보며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어져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가족이 되었다.
내가 품고플 때 난 언제든 그를 품을 수 있으며, 온기를 느끼고 플 땐 언제든 체온을 나눌 수 있다.
그의 미래를 온전히 지켜볼 수 있으며, 그 미래 속에는 늘 내가 함께한다.
이런 내 인생은 참으로 복받았다.
어쩌면, 내 유년 시절의 고통은 지금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작은 결핍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1분 1초도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그가 언제고 느낄 수 있도록.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고 잊지 않도록 표현하고 또 표현할 것이다. 뽀뽀하고, 손을 잡고, 머리를 어루만지고, 볼을 쓰다듬고, 사랑한다 말할 것이다.
나와 그의 주고 받는 편지 끝에는 항상 이 구절이 씌인다.
'사랑의 끝에 결혼이 있는 게 아닌, 사랑의 과정에 결혼이 있다는 것'
우리는 그저 사랑하는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결혼은 아주 부차적인 것일 뿐, 진실은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다시 태어났을 때도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어주길 바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이 흘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는 순간이 오더라도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을 수 있도록.
드라마 한 편으로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미래를 그려봤다. 이토록 소설을 드라마로 잘 소화한 작품은 처음 본 것 같다.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오래도록, 인생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 마음 옅어질 때 즈음 꼭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소장하고픈 드라마를 만났다.
한 때, 드라마 작가가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드라마를 쓴 작가는 얼마나 행복할까. 원작이 있더라도, 그를 영상 요소 한가득 담아 드라마로 탈바꿈한다는 건 크나큰 재능이다. 부럽다. 저 드라마 작가의 필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