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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Nov 18. 2022

이 남자는, 분명 내 반쪽이다.

워킹맘 기자의 삶

기자로 살아온 10여 년의 삶을 뒤로하고, 요즘 난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이다.


나름 탄탄대로의 커리어를 쌓아온 내가 기존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꿈을 꾼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보니 늘 내 곁에서 내가 기자를 꿈꾸던 때부터 기자가 된 순간, 기자로 살아온 삶을 모두 지켜봐 온 전 남친(현 남편)은 가장 든든한 조언자다.


10여 년 전쯤.

처음 기자가 되고, 사건팀 막내로 기자생활을 하던 나는 열심히 취재한 아이템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킬이 되자 굉장히 힘들었다. 그토록 되고 싶었던 기자는 내가 꿈꿨던 그 모습만은 아니었고, 거기서 오는 좌절은 꿈과 동경이 컸던 만큼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그 때, 기자를 그만 둬야겠다며 모 대기업에 서류를 접수했다고 하자 회사 앞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와 나에게 "대기업의 삶은 더 거지같아"를 외쳐줬던 게 지금의 남편이었다. 우리는 그때만해도 연애는 상상도 못 할, 같이 잠들어도 아무 일 없을 자신이 있던(?) 그런 절친 사이였다. 자신은 차석으로 대학교를 졸업했고, 어렵다는 금융 자격증을 줄줄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토익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재'인데(수재라고 대놓고 말은 안 했던 것 같지만, 그냥 문맥상 본인은 수재라는 이야기였다) 대기업에 들어가 서류 복사와 서류 구멍뚫기 등을 담당하고 있다며 어찌나 너스레를 떨어대던지. 그 점심 한 끼를 먹고 마음을 돌려 '그래. 내가 저렇게 회사 다니면서 어찌 버티겠어. 계속 기자나 하자'고 다짐했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점심시간 나에게 본인을 한없이 낮추는 이야기를 한바가지 쏟아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다시 택시를 타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 후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내가 원치 않던 부서 발령이 났다. 난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또 한 차례 난리를 쳤다. 그때 나에게 달려온 그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좋아하는 성시경 노래를 들려줬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에서 그렇게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손을 잡고 좋아하는 성시경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그리고 그 차 안에서 부서장의 전화를 받았고, 반 년간 부서생활을 해보고도 원하지 않는다면 반 년 뒤 원하는 곳으로 반드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난 그렇게 반 년 뒤 내가 원하던 부서로 갈 수 있었고, 그 반 년간 꽤나 중요한 업계의 기본 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지금껏 기자로 살아온 삶에 그는 늘 함께였다. 그는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했었다. 대학 시절부터 늘 "난 기자가 될꺼야!"를 외치는 내가 신기했다고도 했다. 자신은 늘 그냥 좋은 회사 들어가야지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명확한 꿈을 갖고 이루어가는 내 삶이 늘 멋지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런 남자가 내 남편이 되었고, 내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차례, 삶의 기로에 선 나에게 그는 말한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뭘 하든 넌 잘 할 꺼라고. 자신이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도와주겠다고. 그러면서 필요한 계획을 함께 세워주고, 논의해준다.


이 남자는, 분명 내 반쪽이다. 이 남자가 있어 내가 완성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내가 완성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고마움의 문제를 떠나, 이 남자가 있어 내가 존재하는 그런 느낌.


 


오늘 그 남자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꽃 한 송이를 선물하려 한다.

받아들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왜이래~" 한 마디 하겠지. 아니면 "아직 꽃살 돈이 있나봅니다, 기자님"이라며 헛소리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안다. 네가 내 반쪽이라는 걸.


새로운 삶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시간의 구석구석에 당신이 있어 난 두렵지 않다. 걱정조차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또한 잘 이겨낼 것이다. 왜냐면 난 네가 있어 완결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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