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기자의 삶
"이토록 좋은 커리어를 쌓아놓고, 포기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교수님이 내게 물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귀에 쟁쟁하게 박혔다. 그렇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내가 내 커리어를 '포기'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행복하고 싶습니다."
나는 답했다. 단호하고 힘있게 답했다. '포기'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선택은 결코 손해보는 선택은 아니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내가, 그동안 한 분야에서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온 내가, 그 모든걸 내려놓고 학업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게 이상하고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공부와 연구에 대한 내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설득하기에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진 건 꽤나 오래 된 것 같다. 대략 3~4년 쯤 됐을까. 만약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되어 특수대학원이나 행정대학원을 통해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회사 업무만으로도 너무나 치이고 치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거기에 육아까지 더하면 '공부'는 사치이지, 선택 가능한 삶의 범주가 아니었다.
남편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제 선택을 할 때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올해, 그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석사'를 밟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현업 경력 10년 이상에 아이가 둘인 워킹맘.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한다면 40대 중반에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 욕구는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직업적 회의감까지 얹히니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일반대학원에 지원했다.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칫국부터 들이킬 순 없는 노릇.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어째야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회사생활을 이어나가는 게 답인건지, 아니면 회사를 깔끔하게 그만두고 다음학기 지원을 준비해봐야할지 여전히 고민이다. 토플 점수가 없어 서울대 대학원을 지원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데, 영어를 바짝 공부해 서울대도 노려보고 싶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마음은 '퇴사'로 기울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 그토록 쓰고 싶던 글도 쓰고 싶다. '기사'가 아닌, 정말 '글' 말이다. 늘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던 소설도 쓰고 싶고, 내 삶을 녹여낸 글로 책도 내보고 싶다. 최근 모 일간지들의 신춘문예 공모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 난 참으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다.
우리 딸 친구들을 모아 '초등독서논술' 수업도 진행해보고싶다. 1, 2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필요한 독서논술 수업을 해주고 싶은데, 이미 한 달치 커리큘럼은 짜놓은 상황이다. 주변 '초등독서논술' 학원에 상담차 다녀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형식과 틀에 박힌 '학원수업'으로 진행되는 독서논술 수업은 결코 지양해야 할 방식이라고 믿는다. 난 자유롭게 토론하며, 내 딸과 내 딸 친구들이 즐거운 '스토리텔링' 세계에 한 발 내딛길 바란다. 충분히 상상하고, 그 상상을 표현하고, 글로 말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런 독서토론 수업을 해주고 싶다.
해보고 수업이 즐거우면 대학원을 다니며 한두 타임의 수업을 집에서 진행해보고 싶기도 하다. '기자 출신 엄마가 진행하는 즐거운 독서토론 수업'을 추구하는 거다. 초등학교 시절 갖춰지는 문해력과 스피치 실력은 아이들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토록 하고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과연 더 기자로 버티는 게 맞는걸까. 어느정도 답은 나온 것 같다. 다만, 실천하는 결단이 남아있을 뿐.
이 모든 건 그리고 결국, 행복하고픈 내 욕구에서 비롯된다.
행복해지고 싶다. 그냥 그뿐이다.
행복한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난 준비하고 달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