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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Feb 19. 2023

너무 행복한데, 너무 불안하다.

워킹맘 기자의 삶

2023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날 괴롭히던 많은 고민이 해결됐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참 와닿게도

좋은 선배들과, 좋은 후배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의미 있는 기사도 많이 출고하고 있고.


부서의 특성상, 한참 어린 후배들과 함께 일할 일이 많은데

늘 최선을 다해주고, 쑥쑥 커가는 후배들 보면

마냥 예쁘고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도 축하할 일이 계속 생긴다.


남편은 최근 맡은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스로 기획해 다양한 성과를 내다보니

관련 외국 출장도 많아지고,

그만큼 좋은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유치원을 졸업한 첫째는

졸업생 대표로 뽑혀서

졸업식날 단상 위에 올답사를 낭독했는데,

어찌나 자랑스럽고 멋지던지 ♥


"역시 언론인의 딸이네요!"라는

주변 엄마들의 칭찬에,

그게 인사치레라는 걸 알면서도

입이 귀에 걸리는 나 자신이 낯설다.


전날 날씨가 추워 걱정했지만

졸업식 당일엔 날씨까지 포근해

참으로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우리 딸이 멋지게 대표로 올라섰던 졸업식 무대.


둘째도 곧 어린이집을 졸업하는데,

첫째 때부터 지금까지 5년을 함께 해 온 선생님께서

그만두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은 함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


작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하고 있자니

새삼 또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모든 일상이 여유롭고, 완벽하고, 이상적으로 흘러가는데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


너무 행복한데, 너무 불안하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늘 꾸물거린다.


혹시 이 완벽한 일상이 깨지면 어쩌나.

혹시 내게 예상치 못한 불행이 끼어들면 어쩌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사건이 내게 엄습하면 어쩌나.


이 불안감은 직업병일 수도 있고,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아침 출근길에 전날밤 사건사고부터 뒤져보고

하루 종일 발생하는 전국 단위의 사건사고들을 챙기다 보면

이게 타인에게만 발생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짓누른다.




최근 첫째 친구들과 엄마들이 다 같이

키즈카페를 대관해 놀러 가서

엄마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수영을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이 즐겁게 다닌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수영장에서 발생했던

영유아 사건사고들이 리스트업 되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사줄까 고민 중이라는

또 다른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SNS를 통한 'N번방 사건'으로 피해를 본 10대들과

'능욕'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피해를 본

어린이들 케이스가 생각났다.





일과 삶을 분리해야 했다.


최소한 쉬는 시간만큼은

일을 잊고, 일상이 나를 지배하게 해야 했다.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취미를 버리고

'유퀴즈',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마음 따뜻해지는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늘 불안감을 안고 일상을 보낸다.


하물며 사건사고를 간접 경험하는 나도 이런데

소방관, 경찰관, 응급실 의사 같은

불행을 늘 직접 바라보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어떨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완전한 행복을 갖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PS. 혹시라도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좋은 팁 주실 분들, 댓글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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