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선생 Jul 07. 2023

아동학대법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작은 사회 연구기술서 :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는 법

미술 시간에 가족을 그리는데 한 아이가 그린 그림이 이상했다. 두 인물이 모두 빨간 색깔로 칠해져 있었고, 한 사람은 몽둥이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불러서 무엇을 그린건지 물어봤다.

"엄마가 칼을 들고 저를 밀어서 바닥에 부딪혀서 머리가 엄청 아팠어요. 그래서 저도 엄마를 때려주고 싶어서 화가 난 거예요."


수업 후 아이를 남겨서 그날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듣고 동료교사들과 의견을 나눴다. 아이의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고 상황 묘사가 심각했는데, 만약에 실제상황이라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와 전화를 한다면 진술 오염이 우려가 되었다. 


하루를 고민하다가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가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가 너무 화가 난 표정이어서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엄마가 밀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해서 떤 일인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요리를 하고 있어서 칼을 들고 있는데, 아이가 위험하게 자꾸 매달리려고 해서 뿌리치다가 아이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어요. 몇 달 전 일인데 그 뒤로 계속 제가 던졌다고 얘기를 해서 좀 난처하네요."


고민하던 전화를 바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의 행동이었다. 하루동안 고민하면서 아이를 계속 관찰했다. 어두운 구석은 보이지 않고 잘 지내는데, 평소에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친구들에게 불만이 많은 점을 보면 일부 정보를 제공하며 학부모의 말을 들어봐야 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선택이 옳아서 추후에 가족상담을 통해 학생의 행동이 개선되었지만, 만약 나의 판단이 틀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에는 즉시 신고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확연한 증거가 없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애매해진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기는 힘들지만, 신고 후에 일어날 일들은 행동에 설명을 해야 하므로 판단이 쉽지 않다. 


학대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도 신고 후 학생에게 더 나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학부모와 소통이 어려워져서 학생의 가정환경을 파악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나와 주변에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어서 논문이나 국회입법조사처 문서를 찾아봤더니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신고 후 가해자와 학생은 제대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동학대 학생의 사후관리 조치를 위해서 예산과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관리기관의 숫자도 부족하고 보호시설에 입소한 경우 오히려 또래의 비행을 학습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신고 후 학생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의심사례 신고를 주저하기도 한다. 또한 의심의 징후가 명확하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하기에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기 힘들기도 하다.


신고 후 발생하는 위협과 협박도 두려운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학부모의 역신고는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지목해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자면, 학생의 폭행당한 상처를 보고 신고한 교사가 수업할 때 큰 소리를 냈다고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것이다.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신고해도 변화하는 것은 없다. 신고를 한 뒤에는 보복받을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신고를 한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또래와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 말, 행동, 태도 등 교사라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끊임없이 보이는데 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교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관련 법들이 개정되길 희망한다. 


아동학대 예방에 관한 국내서적은 많지 않지만, '아동학대 예방&대처 가이드: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는 법'을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쉬운 낙인보다 어려운 공감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