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환자가 되고 가장 많이 한 말

by 하루진

2차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다. 내가 암에 걸리고 가장 자주 했던 말은 괜찮다는 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괜찮지 않을때 괜찮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가장 먼저 누구보다 걱정할 아내에게 놀라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며 나는 괜찮다고 했고, 아이들에게도 아빠는 괜찮다며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아빠에게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니 괜찮다고 했다.


나이 드신 부모님들은 건강하신대 다 큰 큰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놀라고 걱정하실 부모님께는 아무렇지도 않고 괜찮은 척 최대한 꾸며서 얘기했다. 치료하면 다 낫는다고, 요즘 의학 기술이 좋아져서 다 고친다고 괜찮다고 얘기했다.


친구들에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다고 얘기했다. 괜히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금방 고치고 올테니 술한잔 하자고 적당히 허세섞인 실없는 얘기를 하며 괜찮다고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친척이나 지인들이 연락을 해올때도 괜찮다고 했다. 골수검사를 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와중에도 최대한 괜찮은 척 주위에 말하고 다녔다. 왠지 그래야 할것 같았다. 어느덧 반백년을 산 내가 주변에 걱정이나 우려를 끼치는게 싫었다.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에게는 당연히 최대한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처음 암이라는 얘기를 들은 날부터 계속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쿨한척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했지만 결코 괜찮지 않았다.


괜찮기엔 암이라는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심령에 큰 타격을 입혔다. 입원하면서 본 여러 중환자들의 모습을 전혀 나와는 무관하다는 시선을 바탕에 둔 채 바라볼수는 없었다. 관련 카페에서 같은 병으로 모인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의 얘기도 곧잘 보다가 안좋은 소식들을 들으면 가슴이 무거워져 자주 접속하지도 못했다.


가까운 사람들 모두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위로해주지만 정작 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해야 했다. 힘들고 아프고 괴롭다고 얘기할 수 없었다. 남편이 되어서, 아빠가 되어서, 자식이 되어서, 어떻게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아프고 괴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나 곁에서 간병하고 있는 아내는 내가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특히나 골수검사를 할때 그랬는데 내가 무서워하고 아파했으면 아내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했다. 특히 입원하고 있을때 하루에도 두 세번씩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워낙 평소에 살갑지 않고 무뚝뚝해서 일주일에 한 두번정도 전화하면 많이 하는 건데 암에 걸린 뒤로는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드렸고 전화도 자주 하셨다.


겉으로는 괜찮은척 하시지만,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큰아들이 암에 걸려 병원에 누워있는데 괜찮을 부모님이 어디 있겠는가.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드렸다. 최대한 멀쩡한 목소리가 나오도록 가다듬고 전화해서 치료 잘받고 컨디션 좋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암에 걸렸다고 해서 너희들 일상이 흔들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그냥 평소와 똑같이 지내면 된다. 그래야 아빠도 괜찮다고 하며 최대한 평소와 똑같이 지내라고 했다. 물론 아이들도 항상 곁에 있던 아빠가 암에 걸리고 항암치료 하러 입원하는 와중에 어찌 마음이 편했을까. 그래도 평상시 생활을 똑같이 지내라고 계속 얘기했다.


일단 아이들 앞에서도 약한 모습은 보일 수 없었다. 다행이 내 증상은 평소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온다거나 곧잘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머리가 빠지고 살이 빠진거외엔 겉으로도 큰 환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괜찮은 아빠로 보이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렇게 나는 인생에서 가장 괜찮지 않은 시기에 가장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실제 말처럼 계속 괜찮아졌으면 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괜찮고 싶다. 더이상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 나는 언제나 괜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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