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대비하자

by 하루진

5차 항암치료를 위해 집에서 쉬는 기간이다. 집에서의 생활은 단조롭다. 아내는 요양보호사 학원에 오전부터 나가고 딸은 출근을 한다. 이제 방학을 맞이한 아들과 나는 집에서 지낸다.


아침에 삶은 계란과 두유, 견과류등으로 가벼운 식사를 하고 가까운 동네 공원까지 산책길에 오른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산책을 마치고 온다. 뒤늦게 일어난 아들 밥을 챙겨주고 거실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리를 잡는다.


항암치료 초반에는 손끝이 저리고 힘이 없어 컴퓨터 자판치는 것도 힘들고 오타가 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상태가 좋아져 컴퓨터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직도 손끝이 조금 저리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TV 를 여기 저기 돌려가며 배경으로 맞춰놓고 노트북으로 이런 저런 작업들을 한다. 예전에 회사다닐때부터 부업으로 해오던 일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조금씩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집에서 하루에 한 두시간으로 월천만원 번다는 부업들을 많이 알아보고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결국 그런건 없었다. 사실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하루에 한 두시간해서 월천만원씩 버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있을순 있지만 그 단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것이다. 하지만 , 암에 걸리고 나서는 마음이 초조하고 조급한 나머지 이런 저런 광고들에 혹해서 이성이 마비됐었다. 그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한 달에 월천만원은 안되어도 그 절반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는데 결국 얻는건 없었다.


그냥 예전부터 해오던 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집과 병원을 오가야 하는 생활이 언제까지 갈지 몰랐기에 집에서라도 돈을 벌어야 했다. 예전에 부업으로 하던 일은 온라인 판매이다. 쿠팡이나 네이버에 입점해서 물건을 파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해야 했기에 재고와 배송을 직접 할 필요없는 위탁판매를 해왔었다. 그냥 저냥 용돈벌이 정도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무한정으로 시간이 생겨 버렸고,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 집중해 볼 생각이었다.


사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맘 편하게 있을만큼 좋을 팔자가 아니었기에 이제는 이것 저것 따질때가 아니다.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하는 딸아이가 생활비를 조금 보태고 있었지만 이제는 회사를 그만둘때 받았던 퇴직금과 여기 저기서 도움받았던 돈들이 떨어져 갔기에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아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양원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한 두달은 더 있어야 하고 거의 최저시급 수준의 월급이었기에 부족할수 밖에 없었다. 아들 대학 등록금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로 넘겼고, 26년에 군대에 가기로 했다.


집 담보대출도 있고 신용대출도 있어 까딱 잘못하다간 가정이 흔들거릴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이 이젠 컨디션도 제법 좋아져서 노트북으로 작업해도 많이 피곤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자판 치는 것도 힘들고 귀찮아서 집에서는 소파에 거의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건강보험공단과 주민센터에 찾아가 받을수 있는 혜택에 대해 알아보고 의료급여, 주거급여 신청도 했는데 아직 실제 도움 받는 건 없다. 일처리가 오래 걸린다고 하니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도 도움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처음 암이란 얘기를 듣자마자 보험 생각을 했지만, 이미 예전에 전부 해지했다. 젊을때는 종신보험, 암보험, 건강보험 이런 저런 보험들 많이 가입해서 유지했었는데 자영업하다 전부 말아먹고 해지했었다. 그나마 실비보험 하나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거라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암으로 산정특례를 받아 치료비는 5%만 부담하면 되었으며 , 보장이 안되는 비급여부분은 실비보험으로 커버가 되었다. 그동안 내기만 하고 한번 타먹을 일도 없어 돈 아깝게 느껴지던 실비보험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뭏든 예전에는 적은 금액으로도 많이 보장받는 암보험도 있었던것 같은데, 너무 오랜 옛날이다. 이럴때 보험금이라도 조금 탔으면 나나 아내나 조금은 더 편했을텐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젊고 더 건강할때 준비하고 대비하자. 나한테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고 언제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하던 우리 가족의 미래와 내 인생은 순전히 전부 건강하고 별탈없을때를 가정한 계획이다. 그런데 아프고 나니 한순간에 무너진다. 특히 나처험 한 달벌어서 한 달 먹고 사는 소시민은 정말 위험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평소에 힘들어도 저축도 하고 보험도 필수적인 건 꼭 가입해놓자. 물론 써먹일을 없는게 가장 좋겠지만, 필요할때 도움되는건 보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때 꼭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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