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발도르프학교 울란츠회 참관기
‘환상을 깹시다. 색안경도 벗고요.
사랑하기로 했으니 사랑해봅시다.‘
참관을 시작하기 전 안내해주시던 선생님의 말씀이다.
독일 발도르프학교에 대한 환상을 깨고,
좋은 것만 있을 것이란 색안경을 벗고,
그냥 바라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기대된다. 발도르프교육에 발을 디디면서 언제나 궁금했었다.
최초의 발도르프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참관을 시작한 학교는 1919년 약 100여년 전, 최초로 세워진
슈투르가르트의 울란츠회 발도르프학교이다.
울란츠회 학교에는 발도르프사범대학과 오이리트메움을 비롯해
킨더가르텐과 아동과 청소년이 모두 다니는 학교가 모두 모여있다.
"저는 이곳에 사심을 채우러 왔지만 어제 비로소 알았어요. 이곳에 와 이렇게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이에요. 그리고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한국과 독일 교육의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바라보게 되는데 학교 참관에선 좀 더 힘을 빼고 온전히 느껴보고 싶어요. 이 참관이 내가 발도르프교육을 좀 더 지속하게 해주는 동력이 될 것 같아요."
나는 참관을 앞두고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문에 상급동이 있고 그 옆에 초기 학교 건물이 있다. 저학년과 중학년이 사용하는 건물은 그 앞에 있고, 바로 옆에 사범대학이 있다. 모두가 섞여 존재하는 곳. 교정을 거닐며 구경하는 건물과 놀이터, 자연환경이 모두 유기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 자연의 일부인냥 존재한다. 쉬는 날인데도 사람들이 있고 숨쉬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엔 얼마나 더 역동적일까!
본격적인 참관은 월요일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5학년 Frau Brummel의 반을 일주일간 참관하게 되었다.
독일어를 전혀 할 수 없지만 수업 리듬 전체를 함께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절반은 따라갈 수 있었다.
7시 40분에 도착한 교실.
선생님은 미리 교실에 도착해 먼저 온 아이들과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숙제 검사를 하신다.
나는 살짝 긴장했지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마련해주신 앞자리에 앉아 들어오는 아이들과 인사를 했다.
약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이 낯선 나를 신기하고 즐겁게 바라본다.
“사랑하는 5학년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Frau Brummel선생님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Frau Bok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과 나에게 모두 인사를 하고 시작한 수업.
초를 켜고 아침시를 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꽤나 긴 시를 읊는 동안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번갈아가며 소리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낭독을 했다.
이후 아이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일시를 읊는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음과 분위기를 교정해주신다.
(*발도르프학교의 생일시는 성적시라고도 부르며 아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할 때 교사들이 아이에게 선물해주는 시이다.)
이후 강당으로 이동한다.
익숙한듯 동그란 대형으로 서서 4파트로 나누어 돌림노래를 부른다.
나무공을 손에 번갈아 쥐며 걷기도 하고,
원 두개를 만들어 시를 읊으며 대형을 변형하고 움직인다.
발도르프학교의 아침 리듬활동 시간이다.
100분의 수업 중 약 40분 정도를 할애하여 아침의 잠든 몸과 머리를 깨우는 시간.
이 많은 아이들이 익숙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8시 45분쯤 본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동물학을 배우는 중이었다.
선생님은 지난 시간에 뭘 배웠는지 회상하고 떠올리게 하며
아이들과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아이들은 노트를 꺼내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내용을 만년필로 받아적었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나는 힐끔힐끔 옆자리 아이의 노트를 보았는데,
필기체가 멋드러졌다.
받아쓰기가 끝난 후 선생님은 칠판을 열어 북극곰 그림을 보여주신다.
칠판을 커다랗게 가득 채운 북극곰.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나만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그림을 보면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크레용을 꺼내 북극곰을 그린다.
이후 선생님이 직접 적은 유인물을 나눠주시고
아이들은 함께 읽는다. 한 문장씩 읽고 발음을 교정해주신다.
알고보니 반에 독일어가 익숙치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수업이 어느 정도 끝날 즘, 5분을 남겨놓고 모두 책을 덮었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책상을 모두 비웠고, 선생님은 때를 기다린 후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이집트 신화이야기라고 하셨다.
정확하게 시간분배를 한 수업이 마치고 아이들은 모두 가방을 메고 다음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로 이동했다.
가방을 들고 이동하며 다니는 수업.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생소한 문화가 재밌었다. 대학교처럼.
나는 이날 오후 5학년 아이들의 체육수업과
7학년 오이리트미 수업, 8학년 수공예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강당에서 모두 자유롭게 뛰놀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
규칙이 있는 다양한 게임을 통해 체육시간이 진행되었다.
7학년 오이리트미수업은 구리봉을 이용한 폭포동작이었다.
두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리도록 유도하시던 선생님의 안내가 인상깊다.
7학년 답게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 쓴 아이들이 여럿 보인 것도 재밌었다.
세계 어딜가나 똑같구나 싶어서 웃음도 났다.
8학년 수공예 수업에선 마침연극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상 제작하는 준비단계를 엿볼 수 있었다.
1890년대 연극을 준비중인 아이들은
2인 1팀으로 코스튬을 제작중이었다.
교사와 상의하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제작 아이디어를 짜고 있었다.
한 반에 아이들이 많아 대부분의 수업은 분반 형태로 진행되어 교사와 소통이 원활했다.
이후 복도를 지나다니며 흘끗 흘끗 보게 된 목공수업.
둘이서 켜야 하는 거대한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던 아이들,
조각도를 이용해 나무를 파는 데 열중이던 아이들,
짜맞춤 기법을 익히고 있던 상급 학생들.
점심 이후에 진행하는 많은 수업들은 이렇게 다양한 예술수업으로 채워진다.
고요하고 열기넘치는 수업들을 돌아보며 첫 째날 참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