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오늘

엄마는 닥치면 다 한다.

by 국콩

고달픔이 있어야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적당한 고통은 창작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적당했어야 하지만...

엊그제 저녁까지(월요일) 멀쩡하던 우리 둘째, 딸 록이..

'음.. 그렇치.. 넌 첫째 아들래미와 달리 감기도 잘 안걸리고, 신생아때부터 엄마를 발육아 세계에 맛들이게 한 효녀였잖아..'

여느때처럼 놀이터에서 저녁시간(월요일)을 맞이하고 자려고 누웠다. 어째.. 심상치 않다. 뜨끈뜨끈하다. '더워서 그런가??... 음,,,,,, 양 옆의 두 녀석이 둘다 뜻뜻하네... 더운가??...' (다시한번 자기최면) '더울거야..더워서 그런거야.... 근데 왜 난 춥지...'

살포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번주는 나에게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한 주였다. 상담주간(월~금)에,,, 남편동지의 수학여행 2박 3일 출장(음 이게 가장 크지,,, 수목금)에,,, 영재 학부모 공개수업(화)에,,,내 출장(목)까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9월도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괜찮을거야..
새벽. 둘째 록이가 비몽사몽 깬다. 뜨끈뜨끈 불덩이다.

'이것 실화냐................'

더군다나 내일은 록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체험학습인데?????
그건 둘째치고 체험학습 가서 아프면 어쩌란 말이더냐.

바야흐로 화요일 아침.
잠에서 깬 록이가 소파에 누워 말을 하지 않는다.
'뜨악... 어뜨케 어뜨케 이럴때 진짜 어뜨케,,, 아버지,, 정답을 알려줘!!!!!'

울고싶다.라는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연가는 커녕 오후에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터라 조퇴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진퇴양난이라고 하는지. 이런 저런 육아 상황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는 늘 새롭다. 새로운 환경에 날 던져놓는다. 방법이 없으니 숙명이라 생각한다. 멕시부펜에게 내 사활을 건다. 어린이집에 두 녀석을 보냈다. 선생님께 고개를 숙이고 이 말만 전했다. "많이 심하면,, 연락주세요..." 말끝을 흐렸다. 내 정신상태를 반영했나보다.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핸드폰 진동이 그렇게 무서울 때가 없다. 역시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둘째 록은 신생아때도 토를 해본적이 없다. 그런 록이가 뿜토를 두번이나!!!!했다고 한다. 게다가 먹은 거라고는 멕시부펜밖에 없는데... '나 어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필이면, 오늘이 어린이집도 체험학습 가는 날이라 원장님까지 총 출동하신단다. 문 걸어잠그고 다 포도농장에 가신다고 한다. 아픈 애를 뙤악볕에 내보내면 선생님도 고생, 울 애도 고생,,,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다.


'에휴...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잠깐 외출을 달고 나가 아픈 록이를 직장인 학교에 데리고 왔다. 품앗이 하듯,, 공강시간의 동학년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오전을 넘겼다. 나는 점심도 먹지 못했다. 아니 먹을 정신이 없었다. 겨우 하루 수업을 마무리 하며 남편 육아 동지에게 록이를 토스했다. 그렇게 6시 반까지 이어지는 영재수업과 학부모 공개수업...


집에 돌아오니 미열이 있던 첫째와 오늘 하루 고생한 록이 모두 꿀잠을 자고 있었다. 물론 나는 긴장과 피로와 배고픔에 녹초가 되었다. (퇴근 후 의자에서 30분간 아무것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진처럼 잊혀지지 않는 몇 장면들이 있다. 음... 아이들이 있어 물론 행복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은 행복한 장면 보다는 가슴을 쓸어 내리 듯 놀라고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기억속에 박힌 몇몇 장면들)


-둘째 만삭때 일이다. 눈 오는 겨울 날 첫째가 미끄러져 쾅 소리와 함께 넘어졌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 아이를 붙잡고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엉엉 울었다. 배가 산만해 세살인 첫째 챔을 제대로 안을 수도 없었다.
-남편 없는 오후 어느 날, 화재 경보가 울렸다. 자고 있는 첫째를 안고(그렇게 시끄러워도 깨지않던,, 녀석) 걸음마가 서툰 둘째 손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오듯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차 속에서 놀란 가슴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화재 경보기는 오작동이었지만 잠시동안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가 처음 입원해서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있었을 때...
-불빛하나 없는 시골 민박집에 놀러갔다. 첫째 챔이 열이 올라 오한이 오고 이빨까지 덜덜떨기 시작했다. 그때는 더운 한 여름이었다. 고속도로를 3시간 주행하여 새벽 12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이 서툴어 고속도로 운전이며 밤 운전은 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사실 나는 그때 고속도로 운전이 2번째인가, 3번째였다. 그 야밤에 3시간을 어떻게 운전했는지 까맣게 잊었다.



오늘의 하루가 나의 머릿 속 육아 사진 한장으로 또 남게 되었다.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왜 하필 오늘...

애들은 기가막히게 아니면 본능적으로 엄마의 부재나 엄마의 중요한 일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아침에는 계속 이런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하고 많은 날 중에, 어린이집이 체험학습 가는 날. 왜 하필 하고 많은 날 중 1년에 딱 한 번 있는 공개수업날일까..

그런데,,, 이 길던 하루가 끝났다. 수면 자가 치료중인 두 아이의 이마를 넌지시 짚어본다.


그리고

아,, 오늘 하루여서 정말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육아동지가 수학여행 가기 전날이라서 다행이고..(아예 남편이 출장가고 없었다면.)
동학년 선생님들이 전담 공간시간이 있는 날이라서 다행이고..(동학년쌤들 사랑합니다.)
나에게도 전담시간 있는 날이라 다행이고..
공개수업 준비한다고, 상담주간 5일중 오늘은 상담을 잡지 않은 날이어서 다행이고...

다른 많은 날들은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오늘도 인생의 큰 가르침을 가슴에 새긴다. 왜 하필 오늘이 아니라, 오늘이어서 다행인. 그래서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육아로 인해 '멘탈 붕괴', '멘탈 소실', '멘탈 증발'을 겪는 육아 워킹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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