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기 싫은 날

주말 독박육아

by 국콩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남들은 주말이라고 한껏 들떠 있으나 내 맘은 왜 더 쪼그라드는 걸까. 퇴근은 점점 가까워 오는데 왜 난 그냥 직장에 뼈를 묻고 싶은걸까.


그 이유는 저번주에 이어 남편육아동지가 1박 2일 워크숍을 가기 때문이다. 심장은 뜨겁게 짜증을 내고 있으나 차가운 머리로 거부하는 중이다. '그래 일때문에 가는 거니까' 머리는 나를 위로하지만 썩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독박육아가 예정된 날.

육아 지원군을 2주전부터 모색한다.


후보 1. 친정엄마...... 이제 연락하기도 미안한,,,
11월에는 단풍철이라 등산다니느라 바쁘고, 12월인 김장철이라 바쁘시다는 김여사님.

실패.

후보 2. 아직 시집 안간 언니....... 나의 든든한 지원군,,,
이번주 생일이다. 생일에 시집도 안간 언니에게 조카들 보라고 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실패.
후보 3. ...................... 슬프지만 더 이상 없다.

아.


어쩔 수 없다. 인생은 어차피 홀로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혼자 애 둘을 감당할 수 밖에...

'으자잣!!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다.!!! 두려울 건 없어....'

나에겐 영원한 나의 육아동지 TV와 아이패드가 있잖아. 직장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낀다. 하지만 금요일은 체육이 들었네... 우쒸. 이 작전도 실패하고 헉헉대며,,, 6교시를 마쳤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자 나는 불타는 의지를 다시 곧추 세웠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을 맞이하러 간다. 나는 행복하다.


애들을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기 전, 마트에 얼른 들어 먹을 것을 잔뜩 산다. 독박 육아에 빈 냉장고는 우울증에 감기 증상 더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먹을거라도 많아야지 왠지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아이 둘을 재우고 나 혼자 즐길 맥주와 짠 과자도 빼놓지 않는다.
아이 둘을 데리고 와 설거지, 빨래, 간단한 청소, 생존을 위한 집안 일을 하고 얼른 저녁을 후다닥 먹인다. 그리고 취침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뜨끈뜨끈한 보일러, 습기 먹은 안방, 생전 안 듣던 뉴에이지 음악, 그리고 목욕을 통해 아이들이 절로 잠이 들 수 밖에 없게 한 후, 여덟시 전에 아이들을 눕힌다. 여덟시 반 전에 너희들을 재우는 것이 엄마의 지상최대 목표다!
너희 둘을 재우고 엄마는 맥주와 짠 안주를 먹으며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내 세상을 맞이할거야 !! 얼른 자렴. 내 새끼들 !!!!!!!아니, 자 주라..


그렇게 양치하고, 책보고, 얘기 좀 하다, 불끄고,,


우리는 같이....

잠들어 버렸다......

우... 쒸,,, 뜨.... ㅠㅠ

산산이 조각난 내 자유 시간..........피로에 복종한 내 몸둥아리가 밉다.


그리고 다음날.


어김없이 주말에는 7시에 일어나는 아이들이다. 평일에는 깨워도 잘 일어나지도 않지만 주말에는 늘 일찍일어난다. 엄마는 더 자고 싶다. 이불 속에서 자다가 깨다 폰을 만지작 거리다 또 자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아침 7시 부터 시작되는 긴 주말이다. 그래도 나는 할일이 많으니까. 아침도 먹어야 되고, 청소도 해야 되고, 병원도 가야 되고, 키즈카페도 가야하니까. 이불을 밀어낸다.

난 대한민국 워킹맘이니까!! 주말 독박육아도 난 할 수 있다!!!!

긴 주말이 끝난 월요일 아침. 나는 목요일 오후와 같은 컨디션을 느낀다. 그래도 행복하다. 이번주는 남편육아동지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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