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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Feb 28. 2024

끌리는 대는 이유가 있다.

연기만큼 타인을 통해 나를 거울 비추듯이

투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무언가 만났을 때 끌리는 대는 분명 이유가 있다.

충동을 믿고 좀 더 용기내고 직진했어야 했는데

인생은 매번 예측불가능한 상황극이었다.


깊은 심연을 직면하는 괴로움과

나를 드러내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모순된 현장


거친 감정의 소용돌이 속의 잠잠함.

꼭 태풍의 눈과 닮았다.

격렬한 감정 속 가장 잠잠한 심연을 마주 보게 했다.


아무리 내가 "계획"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상대방을 맞닥뜨린 순간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깨부숴야 한다는 걸


지금 바로 여기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바라봐야 하는 거라고


그럼 긴장이 풀리고 하나의 감정과 꼭 말이 아니어도 눈빛만으로도 그냥 뭉클하게 통하게 되는 거라고 연기는 내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판단이나 편견 없이 잘 듣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잘 듣기 위해서 나를 무수히 비워내기 위한 수련이 필요했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상대는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꺼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찾아가는 모양들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각자의 정답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연결되기까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조금 더 천천히 머물러도 된다.


지금 여기 상대를 어떤 판단도 없이 바라보고 따르려는 믿음이 필요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곁에 있는 상대방을 바라보고

아! 하는 거에 어! 하고 반응하면서 그 모든 상호 작용을 즐겨보라고


그렇게 상대를 바라보며 같이 살아서 숨 쉬게 한다.


결국 연기는 지금의 내 삶을 잘 살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무대에 서지 않아도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속에 주인공이었다. 각자의 삶을 여러 모양으로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삶의 모든 희로애락과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고 바라보게 하는 연기. 이것만큼 매력적이고 즐거운 놀이가 있을까?


그러니 마음의 충동이 이끌린다면 내향적이어도 표현을 잘하지 못 하더라도 삶 속에서 연기를 꼭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연기라는 놀이를 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그냥 소개하고 싶어졌다.


언어가 꼭 아니어도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도 사람들의 색깔을 감각하고 긴밀하게 만나 보고 싶어 진다. 꽤 설레는 작업이다.


감정으로 깊이 연결되는 귀중한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것만큼 아쉬운 게 있을까?


그러니 내 마음에 충동이 다가온다면 그냥

끌리는 흐름대로 용기 내어 따라가 봐도 된다.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할까 봐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많은 이들이 주저하고는 한다.


그냥 기존의 모든 계획을 깨부스고 새로운 사건의 현장 속으로 나를 밀어놔도 나쁘지 않을까?


연기를 통해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같이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머물며 연결되는 충만감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나의 감정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소중한 존재만으로

앞으로 내 삶을 마주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질 테니까.


와.. 나는 여전히 연기를 참 사랑하는구나.

마주해도 여전히 그립고 그리운 게 연기였다.


1~10단계까지의 감정의 극을 찍는 과정이 죽을 것 같아 괴롭다면서 또 찾아간다.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인지 부조화의 끝판왕이다.


몰입감이 좋았던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깊게 파고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하고 나면 나의 깊숙하고 불편한 지점을 마주하니 고통스럽고 진이 빠진다. 근데 회복되면 궁금하다면서 워크숍과 연기 클래스 등 여러 현장에 또 찾아가는 거 보면 난 고통을 즐기는 변태인가 싶었다.


감기로 콜록거리니 츤데레 호스트가 남몰래 쓱 챙겨준

인삼대보에 감동받아서 눈물 찔끔 나왔던 날.


모두를 주인공으로 무대에 세우겠다면서

손수 창작극을 직접 써서 준비한 꿈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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