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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Feb 29. 2024

그냥 내비치면 되는 거였어

마음의 아지랑이를 피게 한 봄날 같은 시와 캘리그래피

누군가 봤을 때 너무 쉽게 하는 게 보인다면

그건 그만큼 치열하게 무수히 반복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캘리그래피 작가의 짧은 시범을 보고 느낌에 따라

흘러가는 모양을 보니 지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우와"하고 아이처럼 연신 리액션과 감탄사를 남발한다.


노력의 흔적이 아스라이 그려진다.


가볍고 단순한 터치감을 보니 그냥 무한 반복이었으리라는

생각에 열혈 수강생이 되어 열심히 따라 해 본다.


문득 내가 필라테스 동작을 시연할 때마다

회원님께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할 때는 웃으면서 쉽고 편해 보여서

(동작이) 굉장히 쉬울 줄 알았는데 속았어요.  "


당연히 그럴 수밖에..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밟을 때 아침부터 밤까지 안 나오는 동작 하나를 익히려고 연습실에 홀로 틀어 박혀 몇백 번을 틀리면서 연습했으니까.


교육을 받고 아쉬움이 남아 재청강을 하며 동작들이

내 몸에 습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익혔었는데

몸이 자동 반사하듯 동작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


회원님은 그 과정을 알리가 없다.

찰나의 결과(동작)를 보고 쉽게 기가 죽은 모습이 보인다.


"에이~~ 회원님이 다 완벽히 따라 하시면 우리 강사들은 굶어 죽어요. 천천히 내 속도대로 욕심내지 말고 따라오시면 되죠~~ ^-^ "


처음이라 겁을 먹었을 초보 회원님을 보고 자신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두려움, 마음의 짐을 조금라도 덜어 드리려고 넉살 좋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유치원 선생님 빙의를 해서 동작을 쉽게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해 본다.


강사는 회원님께 조금이라도 알기 쉽게 알려주기 위한 사람이지. 동작의 화려함을 뽐내며 맹목적으로 따라오길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무식한 반복, 노력으로 익히고 공부했던 사람이니 회원님에 어설픈 동작과 쌩초보의 잘하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됐었다.


필라테스는 꽤 오래 연습했던 탓인지 좀 빼먹어도

몸이 자동 반사적으로 동작을 기억하고 그냥 반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앞에서 하는 모양이 굉장히 편안하고 쉽게 느껴진다면 하나를 준비하기까지 쌓아왔을 노력들을 알아줘야지.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수강생 입장이 되면 괜히 강사님들을 보며

"와우", " 멋있다", "대단해요." 연신 칭찬과 감탄사를 내비치게 됐다.


내가 했던 감탄사는 아부가 아니라 과거 치열하게

노력했던 과정을 상기시킨 진심 어린 감탄사였다.


나는 매번 새로운 배움에 있어서는 초짜 마인드를 가져간다.

알던 것도 "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 하고 호기심을 갖고 따라가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설렘과 열정을 느끼게 되니 시간이 순삭 되고 즐겁다.


콘텐츠, 일에 있어서는 잘하고 싶고 존재감이 있었으면 했는데 일상에서는 눈에 띄지 않고 잔잔하게 조용히 살고 싶었다.


과한 열정과 의욕, 호기심으로 눈에 띄기는 했지만 사실 다른 모임에 갈 때면 있는 듯 없는 듯 무색무취로 조용히 즐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내가 기억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적당한 관심은 좋은데 과도한 관심은 뜨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가끔 생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혼자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면 피식 웃게 된다.


역할, 주제가 있을 때는 넉살 좋게 말을 잘하는 편이라서

외향인으로 오해받았지만 혼자 있어야 충전이 되는 내향인 같았다.


초보가 되면 기존에 배울 때 무수히 반복했던 일과 달리 새로운 기쁨과 설렘이 다가온다. 삶의 여백이 다채로워지는 느낌이다. 그 순간만큼은 핸드폰도 던져 놓고 몰입하며 열정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배울 때 참 행복하다. 새롭게 배울 때 재고 따지려 드는 순간 내 안에 재미를 잃어버린다.


매번 글은 세상에 공개하는 걸 원하면서도

굉장히 꺼려지고 부담이 되는 두려움이었다.

낭만 시인의 시

근데 내게 한 편의 시를 건네준 한 사람 덕분에 마음이 일렁거렸다. 집에 가는 길 일렁임 덕분에 온 세상이 뿌옇게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알아주는 한 사람이 소중했다. 일렁임은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번졌다.


"어쩌면 그냥 내비치면 되는 거였어. "


내게 마음의 일렁임을 안겨 줬던 낭만 시인의 존재 덕분에 지난날의 감사했던 한 조각을 기록해 본다. 마음속 추억 상자를 뒤적거려 적어 내려 본다.


묵혀둔 편지를 하나씩 꺼내 읽어 보듯 가끔씩 짧은 추억의 단상을 더듬더듬 꺼내서 지난날의 감사를 남겨 봐야지.


사랑스러운 낭만시인의 생일 선물을 건넬 수 있게

예쁜 캘리그래피를 적어주셨던 명필 작가님도

생일날 직접 쓴 시를 건네준 낭만 시인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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