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통해 답답하고 묵직했던 찌뿌둥한 몸이 몽롱하니 가벼워졌다. 내 몸의 몰랐던 구석구석 쓰임을 알게됐다. 섬세하게 잘 잡아주고 힘든데 너무 지치지 않을 시점에 딱 끊어줘서 좋았다'는 말에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칭찬 한마디에 내적댄스를 추게 만든다. 그 한마디에 열심히 준비한 수고가 싹 녹아내린다. 이들을 위해 다음에 더 보완해 준비하겠단 동기가 생긴다.
매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질문을 주고 받는다.
운동 후 몸 상태에 대한 질문들을 이야기를 주고 받고 개별적으로 가이드를 해준다.
가벼워진 몸의 상태로 한 줌 붕 떠오른 마음의 감각도 찾아본다.허전함을 뭔가를 가득 채우고자 했다면 이 상태도 가만히 바라본다. 마음은 파도처럼 왔다리 갔다리 기복이 있으니까.
지금의 허전함이란 감각도 먹먹한 마음도 바라본다.
설레고 들뜬 마음, 기대와 찌뿌둥한 몸 상태도 알아준다.
그렇게 알아주다 보면 또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고 파도처럼 바뀌기도 한다. 감정은 물과 닮아 계속 흐르고 변한다. 얼음같이 굳은 감정을 녹여주려면 따스하게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텅빈 공간 속에서 서로를 온전히 마주하다.
술에 취하거나 아플 때 연기가 잘되고 몸작업이 잘됐던 건 몸의 긴장과 힘이 한껏 풀려서다. 그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고 솔직해진다.운동을 통해 몸을 이완하는 것 역시 조금 더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이야기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에 진심으로 녹아들고 서로에 매력에 빠지며 귀기울이게 된다.
출처: 비움
인연의 헤어짐의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겠구나. 허전했던 만큼 비운만큼 다른 것들이 또 한가득 채워지겠구나.뭔가 더 채우려고 허덕이지 았아도 충분히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모두들 꽤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몸의 감각을 집중하다보면 어떤 역할이나 직업, 조건으로서가 아닌 그냥 '나'라는 존재에 살아있고 이야기하고 있음이 소중하고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처럼 우린 쌔근쌔근 숨만 셔도 예뻐보인다.
처음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오늘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은? 아르야. 바다. 별.
일부로 속삭이듯 크게 장난치듯 다양하게 서로의 이름을 불러본다. 약간 부끄러우면서도 간질간질 기분이 좋아진다.
비움과 관련된 질문들을 톡톡톡 던지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처음의 내 몸 상태는 어떤지 움직임 이후에는 어떤지 나는 무얼 비우고 싶은지 무엇을 채우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불러주는 주제에 따라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듣다보면 나도 기분이 덩달아 몽글몽글해진다.
요가의 사바사나로 가는 여정과 비슷했다는 몸이 가벼워졌단 후기. 각자 삶 속에서 덜어내고 싶은 부분. 삶에서 비웠다면 채우고 싶은 건 무엇인지. 이곳에서 힘든 것들을 숨기기보단 모두 다 털어내고 이야기를 하고 비워내본다.
비운 곳에 해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한 스푼,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한 스푼을 담아 엽서를 만들 듯 그림으로 녹여낸다.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해주고 싶은 말들을 담아 포스트잇 편지를 서로에게 선물로 건내본다.
뒷풀이에서는 요가, 필라테스, 연기, 표현예술치료, 관계, 일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필라테스+감각드로잉 토크>는 뒷풀이까지 모임인 느낌이다. 그냥 6시 땡하고 가기엔 내일이 월요일이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아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매콤찜닭을 먹었는데 매워서 연신 물을 들이키면서도 이야기 꽃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사뭇 무거운 이야기와 비밀들을 툭툭 털어내고 다시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곳에서 무거웠던 짐을 한숨 덜어내고 힘이 됐길 소원한다.
매번 할 때마다 느끼지만 모임에 유독 infp들의 참여율이 높았다.무해하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존재들. 오늘도 그대들이 모두 행복하길 응원한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한껏 나눌 수 있어 그렇게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맘으로 다시 무거운 세상을 힘차게 이겨낼 힘을 받길. 비운 곳에 아름다운 것을 채웠길. 함께 참여해주고 소중한 이야길 나눠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