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정량적 피드백을.
목차를 정하느라 마지막까지 허우적댔습니다.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 각 챕터를 어떤 순서로 배열하고 어떻게 묶어야 가장 좋을지를 두고 말입니다. 출간은 임박하는데 생각만 애꿎게 닳아가더군요. 사다리라도 타야 하나 싶데요.
애초 호기롭게 마련한 목차가 있긴 했습니다. 전체를 꿰는 메시지와 뼈대를 체계화해 짜임새 있게 보일 법한 목차였습니다.
(잠깐 부연하자면, 제 책 내용과 형식 전부를 통해 전하려 한 중심 메시지는 한 가지였습니다. 2번째 챕터에 언급된 표현, ‘공통점 찾기’입니다. 동떨어지고 이질적인 듯 보이는 양 편을 잇는 다리를 놓으려는 바람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이 메시지를 풍성하게 하는 이야기가 돼 주길 기대했습니다.)
근데 편집 과정에서, 애초에 염두한 목차가 내 생각과 감정 지도 속에서만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습니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에세이라면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려는 배열이 능사가 아닐 수 있겠다 싶어지더군요.
십인십색 조언을 받았습니다. 가령, 짜임새 따지지 말고 초반부 임팩트에 집중해라, 얕은 챕터에서 출발해 깊은 챕터로 나가는 게 좋다, 아빠의 마음치유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순서여야 한다, 부자갈등을 다루는 책이니 대중적 공감도가 제일 높은 에피소드가 중요하다, 정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기준으로 삼아라, 아들의 성장 여정에 따른 순서는 어떠냐, 픽션 작품 속 말다툼을 거울 삼은 책이니 인지도 높은 인용작품이 담긴 챕터가 먼저다, 책 전체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챕터가 제일 먼저다, 서사성이나 극적 구조를 드러내라, 챕터 흐름의 강약을 조절해라, 메시지가 유사한 챕터를 한 파트로 묶어라….
저마다 장단점을 지닌 기준들이었기에 골치가 아파왔습니다. 깜량이 모자란 글인 탓도 컸겠지만 뭣보다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 책의 독특한 짜임새도 목차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데 한몫하더군요. (여러 작가님들이 리뷰를 통해 이 짜임새에 관한 관심을 보여 주셨더랬습니다.)
대충 배열하고 말자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책의 생명력은 어쩌면 읽는 이 한명 한명의 몫이어야 하니 각 독자에게 맡기자고 말입니다. 근데 그러더라도 눈 감고 정할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편집자의 처분’에만 떠넘길 수도 없었고요. 확신을 못 가지긴 오십보백보였으니 말입니다.
베타테스트를 해보자 싶더군요. 주요 독자층으로 상정한 연령대의 지인들에게 각 챕터의 순위를 매겨 달라 하면 어떨까 하고요.
7가지 항목을 설정해 챕터별로 채점을 부탁했습니다. 1) 부자갈등 에피소드의 임팩트, 2) 에피소드 공감도, 3) 인용 장면의 임팩트, 4) 에피소드와 인용 장면 간 연관성, 5) 챕터별 핵심 메시지의 유용성, 6) 시의성, 7) 난이도.
5명의 지인이 17개 챕터를 다 채점해 줬습니다. 그렇습니다. 거하게 밥 사야 했습니다;;
이런 주먹구구 시도를 목차 확정 과정에 도입한 게 옳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목차의 미로를 헤어나게 해줄 저 나름의 우선적 기준이 돼 줬습니다. 독자 시선을 딛고 선 정량적 눈금으로 삼을 수도 있었습니다. 독자와의 만남 자리를 구상할 때도 유용할 듯해 몇 분께 더 부탁해 봐야겠다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