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진리에 관하여

인간의 고통은 진리에서 기인한다

by 김승규

최근, 저의 사고의 한편을 차지하는 관념이 있습니다. ‘인간의 고통은 진리에서 기인한다’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너무나 이론적인 내용이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불교의 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아직 불교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냥 저의 느낌상, 비슷할 것 같다 따위의 판단입니다).

돈이 없으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비참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세계에서의 돈은, 하나의 진리를 표방할 것입니다. ‘돈이 없음 = 고통’이 성립할 것입니다.

정말 이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걸까요? 저는 다르다 봅니다. ‘돈이 없는 생활은 비참하다’라는 진리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엄밀하게는, ‘돈’이라는 진리를 믿고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절대적 진리나 가치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절대성은 성립하기에 난이도가 너무나 높습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진리에 대해 탐구했지만, 납득 가능한 진리를 아직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절대성은 이루기 힘든 가치일 것입니다.

절대가 무너진다면, 남는 것은 상대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상대성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저는 최근에, 이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위에 나열한 문장입니다.

돈은 절대적 진리가 되어주지 못할 것입니다. 돈이 진리인 것은, 결국 상대성 속에서일 겁니다.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그 가치는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있을 겁니다. 절대적 진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돈의 가치를, 우리가 거기에 닿지 못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비참함은, 무너진 절대성에 의해, 이것은 전복 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돈이 없으면 비참한 삶을 살아갈 것임은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비참한 삶은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장을 뜯어보면, ‘비참한 삶을 지양해야 한다’라는 진리를 우리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여기에도 우리는 어떠한 진리를 믿고 있다는 답이 나옵니다.

구걸하는 노숙자를 보면 우리는 흔히 연민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노숙자가, 길거리 삶의 자유로움과, 구걸하는 행위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그 상황의 가치는, 그들에겐 전복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상황을 설명해주는 절대적 문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친하지도 않은 관계에서 반말을 듣는 걸 싫어합니다. 근무지에서, 저에게 반말을 뱉는 선생님이 있는데, 저는 그를 싫어합니다. 이 역시, ‘친하지 않은 관계에선 반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진리를 믿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부감일 것입니다.

최근 저는, 이러한 가치들에 대한 믿음과, 그것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고, 끝내 도달한 결론은, 가치의 붕괴였습니다. 결국 절대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해석일 뿐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진리를 믿습니다. 무언가의 진리를, 절대적 가치로 믿기 때문에, 그것에 벗어난 상황에서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 대목에서 불교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불교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이와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이러한 논리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어림짐작을 해봅니다. 최근에 제가 불교에 관심이 간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문장으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면, 저 명제 자체가 절대성을 띄기 때문에, 성립 불가능한 문장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언어로 정의해서 나온 오류일 뿐, 논쟁 거리가 전혀 되지 못한다가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저 문장을 여기에 그대로 차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에, 모든 가치는 붕괴가 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가치를 진정으로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이러한 가치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지점은 부처가 도달한, 절대적인 존재, 혹은 신의 영역일 것입니다. 저는 절대성을 부정했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말이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근무가 끝나면 저는 템플스테이를 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스님과의 대화가 기대가 됩니다. 그들은 이러한 과정을 오랫동안 실천하신 분들일 것입니다. 그들이 발견한 것들이 무엇인지 물어볼 예정입니다. 아마 .. 제가 생각하는 스님의 이미지라면, 진부하거나 무용한 답변만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답변 외에,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다면, 저는 오히려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저는 인생의 진리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장 따윈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저는 믿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