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즈마고리아-2
이 억센 손의 정체가 뭔지 다시 생각해 본다. 자연 다큐 채널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조개들 중에 가장 힘이 센 종으로 삿갓조개를 뽑았던 게 기억난다. 내 손을 마치 값진 몇 킬로그램의 진주 덩어리로 만들기라도 하려는 걸까? 쉽지 않을 텐데. 꽉 잡고 앞에서 끌고 가길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그리고 이 손은 조금 전엔 커피처럼 뜨거웠고, 지금은 빈 컵처럼 차갑다. 어쩌면 까끌한 고무 같고, 또한 옻칠된 나무같기도 하다. 진짜 사람 손이라 할 수는 없다. 바다 바람의 방향보다 변덕스러운 내 기분도 이렇게 쉽사리 뒤바뀌지 않을 텐데. 감정도 참으로 가짜일 수 있다고 이 손이 대신 내게 말해준다.
정말, X같이 고맙다.
멀쩡한 나머지 한 손으로도 다시는 아내의 손을 잡을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조막만 한 나무 서랍을 뒤적이며 읽을 수도 없는 카드 하나를 잡기 위해 어둠 속에서 미하의 손을 뿌리친 건 바로 나 이니까.
다른 놀이공원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유령의 집들이 그러하듯,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건 빛이다. 그것도 한순간에 눈을 멀게 하는 강한 빛. 마냥 환한 게 좋은 줄 알고, 길고양이들처럼 양지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깨알만 한 어둠에도 불안에 떠는 게 꼭 염소 떼 같다. 나는 이제 막 마음을 진정시킨다. 턱 아래 바닷물처럼 찰랑이던 어둠이 정수리 높이를 훨씬 웃돌고 있다. 뱀처럼 벽을 부드럽게 타고 지나가는 유령을 올려다본다. '저주받은 영혼들이 설치는 저택'이란 문구답게 천장의 3D 홀로그램 영사기는 뿌연 허공에 한 번에 하나씩 유령을 던져 보낸다. 나를 향한 기계의 렌즈가 누군가의 눈동자를 닮았다. 마치 내게 지금 죽음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방문객 역할을 종용하듯 가만히 바라본다. 다리가 칼에 찔린듯한 통증 속에서 내가 잠시라도 걸음을 멈출 수 있다면, 맹세코 저 망할 유령들을 영광스러운 천사로 추앙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