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노원구에서 신혼을 시작하다.

30년을 벌어 60년을 살아야한다.

by 카리타

2011년에 결혼을 하면서 전세로 얻게 된 첫 신혼집은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7단지였다. 나는 성남에서 살고 있었고 남편은 역삼동에서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지하철 노선 상 강북 쪽이 직장을 오가기가 편할 것 같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노원에 신혼집 전세를 얻었다. 노원역은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곳으로 롯데백화점이 있고 주변에 음식점들이 잘 발달되어 있어 신혼인 우리에게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오래 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부동산을 보러 다녔고 전세계약 또한 그러했다. 이 글을 읽는 신혼부부들은 절대 나처럼 하지 말기를 바란다.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을 때 핫 플레이스를 다니기보다는 신혼생활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지 두 사람이 깊이 대화하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경제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퇴근하고 소소하게 쇼핑이나 외식을 하면서 우리는 재미있는 신혼을 보냈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자주 가는 것은 삼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유도 있고 아이 때문에 나가는 비용도 없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 좋은 시기이다. 저녁에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니며 둘만의 추억을 쌓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은 예전에 60세가 되었다고 환갑잔치를 하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저속노화'라는 단어에 꽂혀있다.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을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과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명연장의 길을 가고 있음에 따라, 몇 년 전만 해도 병원에서 아주 가끔 뵐 수 있었던 90세 연세가 넘으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사람들은 오래 살 수 있게 됨에 비해 생애 주기에 대한 사회적 변화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오고 있지는 못하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부분이다. 경제가 활성화되는 운도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풍부하게 제공될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엔 대학원도 많이 가고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스펙을 쌓는 데에 시간도 필요하지만 단순화하여 가정을 해보자. 25세에 취직을 하여 60세에 퇴직을 하게 되면 35년을 일하게 된다. 취직을 하는 나이가 늦어질수록 근로년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25세에서 60세는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때 결혼과 출산을 하며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하기도 한다. 아직도 마음은 고등학생때와 똑같은 것 같은데 이제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이다. 나 말고도 가족을 챙겨야 하는 시간과 돈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게 된다. 그렇게 35년을 잘 견뎌내고 나면 남은 과제는 이제부터는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에 있다. 9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60세부터 30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인데, 30년 동안 우리는 35년 동안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 연금으로 살아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60세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35년을 벌어서 65년을 살아야 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두 배가 가까운 시간을 그때 벌어놓은 돈으로 살아야 한다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예전의 만원과 지금의 만원이 달라졌다. 김밥이 2000원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4000원은 주어야 사 먹을 수 있다. 월급으로 모은 돈만으로는 훗날의 30년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집이 있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게 된다. 나는 실거주용 집 한 채는 꼭 소유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1주택소유는 투기가 아니다. 안정적인 거주지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인플레이션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집값 또한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액수가 따라잡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실거주 한 채는 꼭 필요하다.


노원구 상계, 중계, 하계동 일대는 주로 아파트만 있는 베드타운이다. 동네를 둘러보면 아파트 단지들이 구축이기는 하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고, 나 같은 신혼부부가 자금적인 면에서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놀이터에 나와 놀고 있는 아이들과 그 옆을 지키는 젊은 부부들도 많았다. 살다 보니 살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원구에는 한 가지 요소가 부족하다. 돈을 벌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었다. 나는 예전에 노원구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모든 지하철이 다 그렇긴 하지만 내가 이용했던 4호선은 아침 출근 시간이면 4호선이 시작하는 역에서부터 출근을 하기 위한 직장인들로 지하철이 매우 붐볐다. 신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기 때문에 나는 출퇴근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앉아서 지하철을 이용한 기억이 거의 없다. 임신 후 배가 불러올수록 그 어려움은 더 커져갔다.


입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 도시가 자족의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노원과 동탄의 거리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동탄이 더 서울에서 멀다. 심지어 노원은 서울시 소속 구역이다. 그러나 동탄역 근처의 평당 매매가와 노원지역의 평당 매매가를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하거나 동탄이 더 높은 곳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낸 가장 큰 요소는 동탄지역에 대기업이 위치한 까닭이다. 자족도시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에 대한 차이가 거주지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복합정비구역이란 개념을 서울시가 도입했다. 복합정비구역은 단순 주거 중심의 도시 기능을 벗어나 자족기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아파트 개발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문화, 생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노원구 일대가 서울 동북권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광범위한 지역의 개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파트 매매 가격 또한 이들 개발의 속도와 완성도에 따라 변하게 될 것이다. 노원구의 발전에는 자족도시로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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