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당신은 나이가 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1

무신사는 실버타운 개발사업을 한다.

by 카리타

무신사.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성수동의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 같은 힙하고 젊은 이미지이다.

그러나 무신사의 대표는 실버타운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무신사와 실버타운, 나로서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조합이었다.

무신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옛 한남타워 부지에 116 가구 규모의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를 만드는데, 입주 보증금이 가구당 5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GS그룹에서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에서 이곳 ‘소요 한남’의 운영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실버타운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KB금융, 신한은행 같은 금융권 회사를 비롯한 롯데호텔, 신라호텔, 대명소노 등 국내 최상위 호텔 운영 기업에서 호텔 운영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이용하고 서비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계획에 있다.


젊은 인구보다 나이 든 사람의 인구수가 더 많아질 거라는 예측하에 호텔이나 금융권의 시니어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 시도에는 납득이 갔지만 젊음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무신사가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의외였고 한 발 앞서 나가는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향후가 매우 궁금하다. 수많은 기업들 중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프로에 개그우먼 이영자 님께서 실버타운을 몇 군데 돌아보신 방송이 나온 적이 있었다. 전원생활을 즐기기 좋은 지역에서 공기 좋고 자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 위치한 실버타운도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은 광진구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이었다. 게스트들도 나이가 들면 저런 곳에서 살고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곳은 현재 국내에서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인식되고 있는 곳으로 2009년 오픈 처음부터 9억이라는 높은 입주보증금으로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현재 보증금은 1~2인 기준으로 10억이다. 그 당시 삼성 노블카운티 같은 곳이 이미 운영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실버타운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시기였다. 이곳에서는 최상의 커뮤니티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사들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프라이빗 시니어 타운으로 메디컬 서비스, 호텔식 생활서비스, 스파&피트니스 서비스, 커뮤니티 서비스, 식음&연회 서비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더 클래식 500은 국내 최고급 실버타운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며 원만한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는데 반해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더 헤리티지’ 실버타운은 이와 완전한 정반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이곳은 오래전 운영사의 부도로 커뮤니티 시설이 방치되어 곰팡이, 악취, 누수, 화재 위험 등 입주민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이 두 실버타운 중 한 곳은 별 탈 없이 운영이 되고 있고, 한 곳에서는 안락한 노후를 꿈꾸고 입주했던 시니어의 꿈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어떤 점이 이 두 곳의 향방을 이렇게 극명하게 갈라놓았을까?


나는 이것을 입지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클래식 500'은 광진구 자양동 2호선 건대입구역에 위치해 있다. 광진구는 한강 건너편 삼성동, 압구정동, 청담동, 반포 등 강남권과 마주하고 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한 곳이다. 최상위층 고객들의 자제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거리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자녀들이 집과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곳을 오가며 안부를 묻기가 매우 용이하다. 또한 건국대학교 병원이 도보로 가능한 거리로 노년에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위치에 있다.

이에 반해 '더 헤리티지'는 분당의 거주지역과 경부고속도로로 분리가 되어있다시피 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옆에 연계를 맺은 보바스 병원이 자리 잡고 있으나 기타 종합병원급 대형 병원의 의료시설을 이용하기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다.

또한 노인세대라고 해서 섬 같은 곳에 그들끼리만 계속 모여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시니어 세대들은 활동적이다. 나이가 드신 분들도 여전히 일과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시니어에게는 접근성이 가장 중요시 여겨질 것이다.

교통이 좋아 쇼핑시설과 의료시설이 가까이 있고 문화생활을 하기에 용이하며 운동과 산책할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고 자녀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 이 조건들이 젊은이들이 원하는 조건과 무엇이 다른가?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85%가 ‘현재 사는 집 또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인간의 귀소본능과 연관된 부분이다. 퇴직을 하거나 일정 연세가 되었다고 해서 거주기반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싸고 좋은 것을 살 수 있는 곳', '나를 오래전부터 진료해주던 의사', '내가 잘 알던 곳', '내가 좋아하는 곳', '나와 친한 사람들', '내 마음에 들게 머리를 해주는 미용실' 까지,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면 긴 시간 가지고 있던 이 모든 인프라를 잃어버리게 된다. 실버타운의 예를 생각해 보아도 나이 들어서와 젊어서의 거주지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평생'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만족스러운 거주지를 찾는데에 총력을 다해야 할 이유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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