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당신은 나이가 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2

실버타운과 아파트

by 카리타

실버타운, 대단지아파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실버타운 사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드는 궁금증은 앞의 글에서 제시했던 것 말고도 또 있다.


실버타운과 대단지 아파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실버타운은 자산의 증식이라는 점에서는 일반 주택과는 매우 다른 점을 보인다.


살면서 안 하고 살 수 없는 것이 '먹는 것'이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살 수는 있지만 어쨌거나 먹어야 살 수 있고, 이 먹는다는 몇 글자에 담긴 수고로움이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간단하게 매일 컵라면만 먹고살 수는 없다. 사람은 먹는 것으로 에너지원을 얻는 '생물'이다.

첫째, 장을 봐야 한다. 오프라인, 온라인 주문의 형태로 밀키트든 원재료를 먼저 구해야 한다.

둘째, 요리를 해야 한다. 밀키트야 넣고 바로 조리하면 될 수 있다 치지만 그걸 그대로 넣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원재료를 구매했다면 씻고 손질하고 양념하는 번거로움을 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먹고 치우는 일이 남았다. 버리고, 닦고, 정리해야 한다. 식기 세척기가 있지만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영양소의 균형을 이루어 골고루 챙겨 먹는 것이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해서 분가를 하고 동생은 지방에서 생활하게 되어 혼자서만 지내신 적이 있는데, 혼자서 먹는 걸 차려먹기가 귀찮다 보니 거의 모든 끼니를 어묵을 사다가 삶아 드신적이 있다고 한다. 몇 주 정도 그렇게 하고 나니 몸에 기운이 빠져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고 느끼셨다고 하는데 내가 놀랐던 부분은 먹는 걸 즐기셨던 분이 혼자 지내신다고 해서 요리를 안 해 드신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었고 짦은 시간이 아니라 몸이 자각할 때까지 엉망진창인 식사를 해오셨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고추도 매해 국내산 태양초 건조된 것을 사다가 일일이 수건으로 닦아낸 후 말려 방앗간에 가져가 빻아서 김장을 담그시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 어묵을 삶아 식사로 드셨다니?


나는 그것을 비로소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먹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혼자 있으면 아예 끼니를 건너뛰어 버리고는 한다. 나는 아마 어머니보다 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버타운의 핵심은 '식사'이다. 매 식사를 균형 있는 식단으로 구성하여 입주자에게 건강과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히 집안에서 밥을 주로 준비하는(그 주체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사람에겐 매우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큰 강적이 등장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커뮤티니 고급화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입주자들의 요구에 발 맞추어 식사를 사 먹을 수 있는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사 서비스는 대규모 단지의 경우에만 거의 가능한 시설이다. 주민이 3만 명에 달하는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같은 경우는 중석식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원 가기 전에 엄마가 밥을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 인지 아이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30~40대가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원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이는 아파트 가치의 상승과도 직결되어 아파트 매매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준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식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주민들과 향후 실버타운의 잠재적 입주 고객들이 겹칠 것이다. 아직까지 아파트의 중식과 석식서비스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사는 거주지에서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지 아파트는 향후 실버타운 산업의 성패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산의 증식보다는 조중석식을 먹을 수 있는 실버타운을 선택할 것인지?

자산의 증식을 누리면서 한 끼라도 식사(조식) 할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를 선택할지?


당신을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작가의 이전글8. 당신은 나이가 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