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돈을 많이 벌려고 할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문해 봤을 질문이다. 생존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이런 답들은 모두 맞지만, 본질을 놓치고 있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제학의 가장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근본적인 동력은 '돈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욕구, 즉 수요에서 출발한다.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는 바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고 싶다는 갈망이 모든 수요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공급 동력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수요가 한 번 충족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필요를 위해 돈을 벌었다면, 점차 더 큰돈으로 더 많은 것을 소비하려는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다.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대중교통에서 자가용으로, 국내여행에서 해외여행으로 욕구는 끝없이 확장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고, 그 공급이 새로운 소비를 가능하게 하며, 그 소비가 다시 더 큰 수요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중대한 문제가 숨어있다. 소비를 위한 수요는 수레바퀴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돌려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 결국 소모되는 것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수요가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다.
30만 원짜리 옷을 사면 50만 원짜리 옷이 보이고, 2000만 원짜리 차를 사면 3000만 원짜리 차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단순한 욕망의 확장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기준으로 '더 나은 것'이 계속 정의되고, 그 '더 나은 것'을 갖지 못한 상태는 새로운 결핍으로 인식된다. 소비는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수요를 만들어내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확산된다. SNS에서 보는 남의 생활, 동료들의 소비 패턴, 미디어가 제시하는 이상적 라이프스타일이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를 자극한다. 한 사람이 명품 가방을 사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명품 가방에 대한 수요가 생겨난다. 수요가 수요를 낳고, 그 수요가 또 다른 수요를 만들어내는 무한 증식의 구조가 형성된다.
더욱 교묘한 것은 각각의 소비가 일시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자기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도파민 분비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뇌는 더 큰 자극을 위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마치 중독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끊임없는 소비 증가를 통해 성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만족이 아니라 지속적인 불만족을 자극하여 새로운 구매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계획적 노후화, 빠른 트렌드 변화,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 모든 것이 소비자를 끝없는 욕구의 굴레에 가두는 전략이다.
결국 소비를 위한 수요는 수레바퀴처럼 돌기만 할 뿐 아니라, 돌면 돌수록 더 큰 바퀴가 되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돈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전환에 있다. 돈을 단순한 소비를 위한 수요가 아니라, 새로운 공급을 위한 수요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핵심은 돈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소비를 위한 수요에서 돈은 '사라지는 것'이다. 100만 원으로 명품 가방을 사면 그 돈은 그대로 사라진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는다면, 그 돈은 향후 수십 년간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능력으로 변환된다. 돈이 단순히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급 능력을 만들어내는 투자가 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공급을 위한 수요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다. 교육, 기술 습득, 자격증 취득 등에 투자한 돈은 평생에 걸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능력으로 변환된다. 이는 개인의 소득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돈을 개인적 소비 대신 사업이나 투자에 사용하는 것도 공급을 위한 수요의 형태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투자를 통해 자본이 가장 효율적인 곳에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부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급 능력을 확대시킨다.
공급을 위한 수요의 가장 높은 차원은 사회적 기여다. 교육 기부는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고, 의료 기부는 사회의 건강 수준을 높이며, 환경 보호 투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러한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소비를 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받게 한다.
공급을 위한 수요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복리 효과다. 소비를 위한 수요는 일회성이지만, 공급을 위한 수요는 누적적이고 증폭적이다. 교육을 통해 얻은 능력은 평생에 걸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고, 그 수익으로 더 큰 투자가 가능해진다.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다음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더 큰 투자의 밑천이 된다.
이는 마치 눈덩이 효과와 같다. 처음에는 작은 투자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소비를 위한 수요가 수레바퀴처럼 제자리를 도는 것과 달리, 공급을 위한 수요는 계단을 오르듯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돈이 어떤 종류의 수요를 충족하려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소비를 위한 수요는 우리를 끝없는 욕구의 악순환에 가두지만, 공급을 위한 수요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돈을 향한 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욕구를 어떤 방향으로 채널링 하느냐다. 수레바퀴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소비의 굴레에서 벗어나, 계단을 오르듯 성장하는 투자의 선순환으로 전환할 때, 돈을 벌려는 욕구는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건설적인 동력이 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돈과 맺어야 할 진정한 관계다. 돈을 단순히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