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여 알게 된 것에 대하여...
본래라면 2일 차부터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할 글이지만, 바쁜 여정에 잠시 외전을 만들어 보았다.
오기 전에 내가 알고 있었거나, 들었던 것들에 대하여 이제는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며칠 간의 격렬한 행군 속에서 발에 물집 잡혀가며 경험한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1. 파리는 냄새가 지독하다?
파리는 냄새가 나는 곳은 아니다. 다만 공기가 조금 탁할 뿐이다. 미세먼지 농도도 위험 수준을 쉽게 찍는 수준. 흔히들 생각하는 냄새는 길에서 담배 피우는 파리지앵들의 담배 냄새 정도가 전부이고, 그마저도 관광지에서는 드물다.
2. 소매치기, 사기꾼, 잡상인
실존한다. 다만 소매치기는 다행히 아직 경험하지 못했고, 그 유명한 몽마르트르의 손목끈 사기꾼들과 관광객에게 물건을 강매하려는 잡상인은 만나보았다.
사기꾼 같은 경우는 사크레쾨르를 보기 위해 몽마르트르로 올라가려고 한다면 바로 마주 할 수 있는데 삼인조다. 각자 정찰, 주의 끌기, 뒤잡기 역할이 정해진 것 같은데 보통 혼자인 사람들이 목표인 것 같다.
정찰인 놈이 찍으면 바로 작업이 들어오는데 주머니에 손 넣고 있어도 끈을 채워 강매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세 명 다 키가 큰 편이라 압박감도 상당했지만, 나는 여차하면 싸울 생각으로 영어 욕을 남발했고 다행히 알아서 물러나 주었다.
혼자 가는 분들에게 팁을 주자면 몽마르트르 옆에 케이블카 있으니까 그거 타시라. 그 옆에 존윅 4에서 존윅이 구르던 계단도 있다.(단이 많다. 내려올 때 이 계단으로 내려왔는데, 존윅처럼 올라가 보려다 포기했다.)
잡상인의 경우에는 에펠 탑에 정말 많은데 위의 사기꾼보다는 대처가 편한 게, 따라다니면서 사라고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행동이 없다. 그냥 무시하면 된다.
3. 인종차별은 과연?
아직 당한 적 없다.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들이 없고, 애초에 온갖 인종들이 혼재하기 때문에 다들 오픈 마인드인 것 같다. 인종차별 당하면 반격하기 위해 프랑스 욕도 공부했었는데, 쓸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4. 치안은...
다 좋은데 북쪽은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정오에 사크리쾨르에서 뷔트 쇼몽까지 걸어서 갔는데, 노숙자들이 많고 무리 지어 있는 흑인들이 많다. 건물 사진 찍는데 노숙자가 벌떡 일어나서 위협을 해왔고, 지나갈 때마다 흑인 무리가 나를 유심히 보는데 린치 당할까 봐 무섭더라. 18구, 19구, 20구는 다들 조심하시기를.
5. 물가!
외식 물가, 관광지 물가는 비싸다. 한 끼에 14유로에서 20유로 나오는데 대충 2만 원, 3만 원 정도이다. 짠돌이라 적당히 싸고 양 많은 거 위주로 먹었는데도 이 정도. 현재 나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식사를 충당하고 있다. (주방도 전자레인지도 없는지라 고역이다.)
6. 화장실은 솔직히 무료로 쓰고 싶다.
실제로 유료인 곳이 종종 있는데, 우리에게는 위 이미지의 공공 화장실이 있다. toilettes publiques라고 지도에 검색하면 위치가 다 나오는데 파리 전역에 깔려있다. 남자분들은 소변이 급할 때 이미지 뒤로 가면 소변 전용 공간이 있으니 그걸 사용하시라.
한번 사용하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청소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한다. 여차하면 건물에 들어가서 화장실 써도 되냐고 물어보라. 무료로 쓰게 해주는 곳이 가끔 있다.
PS. 좌변기에 커버가 없으니 휴지를 깔아 쓰시라...
7. 사람
케바케다. 어떤 착한 할아버지는 길 물어보니까 껄껄 웃으면서 알려주고는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 파리에 있다. 거기 꼭 가라고 당부를 하시더라. (베르티옹이라고 했던 거 같다.) 반례로, 어떤 할머니는 길 물어보니까 표정 굳더니 그냥 가셨다.
일부 관광지 직원들은 불친절하지만, 어떤 직원들은 엄청 착하기도 하다. 대체로 바쁜 자리는 불친절하고, 한가한 자리는 친절한 거 같은데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8. 교통편은 어떨까.
매우 잘 되어 있다. 지하철에 냄새도 안 나고, 가끔 노래 부르는 분들 타면 기분이 좋다. (고수들이시다.) 다만 자리가 마주 보게 되어 있어서 살짝 부끄러울 때가 있다.
도로가 대부분 1차선, 2차선이기 때문에 무단 횡단도 많고 자라니가 엄청 많다. 차를 렌트하시려거든 자제하길 권한다.
9. 도시의 풍경에 대하여.
외전이니까 조금만 풀겠다. 순서대로 에펠탑 근교 촬영 명소, 개선문에서의 샹젤리제 거리, 바르히켐 다리, 브랑리 미술관에서 만난 거위, 튀일리 터널, 뷔트 쇼몽 공원이다.
파리는 정말 경이로운 도시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고, 오랜 역사와 지금 현재가 공존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사람이다. 온 파리를 뒤집어 재끼면서 걸어 다녔는데, 며칠 사이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들은 이 겨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조깅을 하며, 바람이 몰아치는 데도 공원에 앉아 책을 본다. 지하철을 타면 서로 자유롭게 대화를 하며 웃고 떠들고, 길에서 노부부가 찐한 키스를 한다. 챗바퀴처럼 이 아니라 정말 자유롭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아름다운 공간 속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공간'의 중요성인 것이다. 이런 공간을 디자인하는 그날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