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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는가, 보았는가, 얻었는가

미테랑 도서관, 도미니크 페로

by 레옹

유럽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항상 여러 곳이 있고 도시 또한 여러 곳이 있지만 나는 항상 파리를 첫 번째로 꼽는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는 영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오스만 남작의 도시 재편 이후 꾸준히 보존되어있는 부분과 현대에 이르러 여러 가지 위대한 시도를 통해 조화시킨 첨단 기술까지. 이 도시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미래까지 영원히 남아있을 도시로 항상 느껴진다.



누구나 한번쯤 해보던 생각.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파리에서는 내가 수백 년 전 중세의 건물 속에서 그 시대의 사람이 느낀 것을 느낄 수 있고, 근현대의 건물 속에서 지금을 자각한다.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나의 시간과 도시의 시간이 겹치는 경험은 정말이지 경이롭다. 그렇다면 어떻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공적이 매우 크다. 그는 수많은 반대 속에서도 역으로 파리의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들을 강행한 건축 대통령이다.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만 해도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라데팡스의 그랑데 아르슈, 라빌레트 공원, 프랑스 국립 도서관 등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흥미롭게 본 미테랑 도서관을 드디어 방문해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 통칭 미테랑 도서관. 보통 도서관이라면 한 건물만 딱 있을 텐데 이 친구는 희한하게도 네 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책을 L자 모양으로 펼쳐서 세워둔 것을 의도한 거라나 뭐라나. 또한 유리 커튼월 공법으로 온 사방에서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투명한 유리가 지식의 개방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진귀한 광경이다. 역사적으로 지식과 정보는 지배자들의 것이었고, 늘 폐쇄적인 한 장소에 보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완전히 개방되었고 네 곳으로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테랑 도서관은 그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마치 앞으로의 시대에 지식과 정보는 모두의 것이 될 것이라는 선언과도 같다.

그렇다면 이 네 귀퉁이의 건물들만 두고 가운데는 텅 비워 두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과연 도미니크 페로. 이화여대의 ECC 때도 느꼈지만 이 사람은 대지를 음각陰刻하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도서관의 중정에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 놓을 줄이야. 책을 보면서 유리창을 통해 숲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밖을 향하지 않고 안을 향해 위치해 있다니 정말이지 색다른 모습이 아닌가. 이런 부분까지 일반적인 구도를 비틀어 버리는 설계라니. (천재들이란...)


미테랑과 페로는 이 도서관을 통해 그동안의 역사를 정면으로 대적하는 건축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대적이 아니라 현대의 모습을 예측하고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온갖 형태와 방식으로 보관되어 있다. 이 건물을 통해 그는 단순한 철근과 콘크리트, 유리가 아니라 지금 세상을 20세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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