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문화원, 장 누벨
프랑스 근대 건축의 아버지는 르꼬르뷔제이다. 그렇다면 당대는 누구인가.
(출처-위키백과)
장 누벨 Jean Nouvel. 누군가는 페로, 누군가는 리치오티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이 사람을 꼽겠다. 루브르 아부다비, 퐁피두 메츠, 브랑리 박물관 등 감히 논하건대 프랑스를 넘어 세계 제일을 다툴만한 거장이다.
그의 건축적 특징은,
1. 건물의 환경과 배경의 조화.
2. 빛과 그림자의 절묘한 활용.
3. 재료의 실험적 활용.
등등이 있겠다.
그의 수많은 걸작들 중 이러한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할 아랍 문화원이다.
처음 보면 무슨 문양이 그려진 특수한 유리인가 보다 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정성 들여 만들어진 차양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믿겠는가?
사진 셔터 같은 이 무수한 차양 시스템들을 처음 마주한 나의 감상은 '진짜 돈 많이 썼겠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 시스템 하나하나 만들어서 빌딩의 한쪽 면을 덮어버리는 것은 가성비를 좋아하는 범인들의 생각으로는 하기 힘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거장의 손에서 돈의 액수는 오히려 무색하다. 지켜보면서 보이는 무수한 디테일. 차양 셔터 부분 하나하나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르고 모두 기하학적 도형의 모습을 띤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아랍 문화의 무샤라비야 문양을 닮아 있다. 경이로운 재료의 활용 속에 건물의 배경적인 부분까지 감안한 거장의 건축.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센서를 가지고 있어서 빛의 정도에 따라 스스로 채광을 조절한다. 그야말로 기술의 극치가 아닌가? 아랍 문화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그들의 문양으로 차양 시스템을 만들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완성한다. 이것이 진정한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스 하나하나 마다 얼마나 고심을 하여 설계를 했는지가 보인다. 작동의 원리는 흡사할지라도 형태에 차이를 만들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또한 이것들이 각각 사람의 동공처럼 빛을 느끼고 확장과 수축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건물 자체가 살아있는 생물로서 시야를 가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내부에서 보는 풍경은 단순히 내가 바라보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시야를 내가 함께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의 화려한 아랍 문화의 정수들을 관람하고 나오면 아랍의 시선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경이로운 작품이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아랍이라는 그의 이해를 함께 느끼게 하는 점에서 그는 진정 거장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