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지 Aug 25. 2023

애도와 치유, 소통과 연결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가진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치료한다는 주제에서  나오미 카와세의 <너를 보내는 숲> 떠올랐다. 일본은 친한 친구끼리도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는데 낯선 사람이 만나 상처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치료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쩌면 영화라는 판타지 안에서 가능할지도 모른다. 또 이와 같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깊은 연결에 대한 갈구가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연결되지 못한 상태, 소통의 부족, 또는 단절은 이 영화 속 부부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육체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으나 정서적으로는 연결을 이루지 못하는 부부. 연결과 소통을 갈망하는 부인의 욕구와 개인의 트라우마는 성관계할 때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추상적인 메시지로 담겨 있다. 또 부인의 외도를 목격한 후 상처 입은 남편은 위태로운 그들의 결혼 생활이 끝날까 봐 두려워 솔직히 내놓지 못한다. 그렇게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는 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남편에게 깊은 상처로 남게 된다.

    이와 같은 상처는 드라이버인 미사키를 만나면서 치유하게 되는데, 미사키 또한 엄마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풀지 못한 채 죽음으로 이별하게 된 상처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치료하는 방법은 그저 함께 침묵 속에 있는 것.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안아주는 것. 그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상처 입은 사람에게 서툰 위로의 말보다는 그저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리라.

    따뜻한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일편적이라 중간중간 지루했다.

    그래도 주목하고 싶은 한 가지는 이 영화에서 한국이 비치는 방식이다. 한국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일본 영화는 거의 처음 본 것 같다. 단정적으로 말할 정도로 일본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본 일본 영화에서 한국은 재일 교포의 차별 문제 같은 사회 문제와 함께 다뤄진 것 같은데, 이처럼 한국을 대등한 관계에서, 그것도 좀 더 희망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일본 영화는 처음 봤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다시 한번 느꼈달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