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찌개

by EL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순두부찌개를 담은 사기그릇이 깨지며 깨어진 그릇 파편이 온 사방으로 튀고 순두부찌개는 그대로 스토브 위로 주저앉았다.


도대체 누가 그릇 채로 불 위에 올려놓아 데운다 말인가.


그게 그다.

어느 것 하나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사람


"에이씨....."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릇째 불에 올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며칠째 말을 끊었던 그녀도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한마디 더했다.

그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옷에 묻은 음식을 짜증스럽게 털어내더니 빗자루를 가지러 간다.

"얘들아. 여기 오지 마! 그릇 깨져서 위험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그녀가 말을 꺼낸다.


함께 치워줄까, 그냥 올라가 버릴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조용히 고무장갑을 끼고 휴지를 꺼내 들었다.

주방이 더러워진 것도 싫지만 그가 홧김에 대충 치우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바로 다치게 될 것이다.

이걸 내가 왜 치우고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녀는 그저 묵묵히 앉아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을 줍기 시작했다. 휴지로 파편을 모을 때마다 바닥이 긁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파편을 한 곳에 모으고 바닥에 흩어진 음식물들을 닦아냈다.

바닥은 그가 마무리를 할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스토브를 보았다.

엉망이다.

그의 성격상, 아마 이 스토브에 순두부와 계란, 여러 가지 야채들이 들러붙을 때까지 그냥 둘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는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이 모든 걸 치우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게 그녀의 몫이 되어버리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그녀가 스토브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주물로 된 스토브 프레임은 그녀가 들기엔 너무 무거웠다. 그걸 처음 바꾸고자 했을 때 그녀는 반대했다. 주방을 치우는 건 그녀의 몫인데 쉬이 치우기에 주물은 너무 무거웠다. 그녀는 반대했으나 그는 본인이 정리한다며 고집을 부렸고 그대로 주물 스토브를 올렸다.

세 개로 나뉜 프레임을 옮기고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넣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걸린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 하던 찰나, 그녀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가 음식물을 처리하는 동안 그는 바닥을 대강 정리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녀는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음식물을 버리고 스토브 위에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버렸다. 스토브 프레임을 닦았고 스토브 보호 필름도 들어내어 닦았다.

친구와 통화하는 사이 그가 그녀를 향해 무언갈 툭 던진다. 그리고 냄비를 들어 물을 담는다.

몸을 휙 돌려 냄비를 스토브에 올리려던 그가 또 인상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이거..... 에이씨...."

그러더니 몸을 돌려 냄비에 담은 물을 싱크에 쏟아붓는다.

왜 그렇게 계속 화가 나있는 거지. 그녀는 그저 그가 의아할 뿐이다.

본인이 친 사고, 그녀가 함께 치워주고 있는 것에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친구와 통화하며 정리하고 있는 그녀의 속도가 못마땅한 듯 한 모양이다.

"이것 좀 해줘."

뭐지?

그녀가 몸을 올려 힐끗 보았다. 간단히 끓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 같다.

"이거 먼저 정리하고."

그녀의 손은 무거운 스토브 프레임을 부지런히 씻고 있었다.

5분이면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와의 통화는 이 짜증스러운 순간을 견디며 일에 속도를 붙여주는 역할을 했다.

"에이씨....."

그가 또 낮은 소리로 짜증을 내더니 꺼내어 던져두었던 것을 다시 냉장고에 휙 넣는다. 그리고 차고로 나가버린다.

어딜 가는 걸까.

설마 주방이 이 꼴인데, 다 맡겨놓고 나가는 건가. 설마, 아니겠지.

그녀는 의심을 거두고 정리를 서두른다.


스토브 정리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그가 꺼내두었던 음식은 다시 냉장고로 들어갔지만 그래도 배고프다 말한 그의 말이 뒤에 남아 그녀는 냄비에 물을 올렸다. 냉장고를 보니 간단히 칼국수를 해먹을 재료가 있는 것 같아 부지런히 육수를 내고 칼국수를 꺼내두었다.


정리하고 음식 준비까지 십여분이 지났는데도 그가 들어오지 않는다.

혹시 하는 느낌이 역시로 바뀔 때가 많았던 지난날.

혹시나 싶어 앞문을 열어보니 역시, 그의 차가 없다.

그의 전화기가 집에 있어 나갔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오산이었다.

육수는 끓고 있고 국수만 넣으면 되는데.......

이 모든 일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데 저녁해 달라고 말해두고 한마디도 없이 저렇게 나가버린다고?

그녀는 숨을 깊이 내쉬었다.

음식은 해두면 늘 배고파하는 아이들이 먹는다.

그녀는 칼국수를 만든다.

다 만들어진 칼국수는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렇게 한 시간 여 흘렀을까

2층에서 일을 하고 내려오니 그가 들어와 소파에 앉아있다.


"어디 갔다 왔어?"

"밥 먹고 왔어."

"당신이 밥 해달래서 칼국수 끓였는데 나가서 밥을 먹었어?"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녀도 아무 대답 하지 않는다.

주방으로 몸을 돌린 그녀의 눈에 반짝하는 하얀 것이 들어온다.

그가 꼼꼼히 치워내지 않은 파편 한 조각이 그녀의 마음에 와 박힌다.

그 파편 조각을 주워 버리며 그녀는 이 모든 시간들도 이렇게 쉬이 갖다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돌이켜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쉬이 내버릴 수 있는 감정이면 얼마나 좋을까.

파편 조각은 이미 깨끗이 내어 버렸지만 오늘 깨어진 일상의 조각이 또 그녀에게 와 깊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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