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품위 없는 글을 씁니다. 기억할 필요도 반박할 필요도 없죠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시작 하기 전 봄쯤 으로 기억난다.
직장생활에 찌들려 나의 구라빨이 한참 슬럼프에 빠져 전두엽의 퇴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을 때다
나름 치과계에서 한 구라 한다는 치과의사 선생님과 상사인 차장님과 과장인 나 그렇게 세명이 종로의 허름하고 오래된 구라 털기 좋은 막걸리 전문점에서 만났다.
나의 슬럼프를 눈치 못챈 차장님은 회사 최고의 구라인 나를 접대부로 고용해 동행했고, 똑똑한 치과의사의 구라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했던 나는 승부욕이 명치에서 뒷목을 타고 전두엽을 향하며 퇴화하고 있던 정수리쪽 전두엽 끄트머리에 전구가 깜빡이는 느낌으로 막걸리 집으로 들어갔다.
(중략)
자리가 무르익고 치과의사 선생님의 선공이 시작 되었는데 삼국지로 시작 되었다 그때 오직한길 구라와 잡학을 밥먹기보다 게을리 하지 않으며 구라계에서 잔뼈가 굵은 나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깜빡이던 전두엽의 전구가 밝은 빛을 발하며, 어쩌면 오늘 그 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과 찬미의 음악이 전두엽을 타고 좌우 뇌를 거쳐 심장으로 퍼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초짜다!)
어느 변두리에서 구라좀 털어본 하급 전사들이나 쓰는 삼국지로 전국구 구라쟁이인 나에게 적나라한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내고 있었고 막걸리를 살살 비우며 나의 구라는 슬슬 설계에 들어갔고, ㅎㅎㅎㅎㅎ
삼국지 삼대 대전인, 적벽대전 관도대전 이릉대전(요기가 함정)에 대해 운을 띄웠고 그는 이것을 덥석 물고야 말았다.
(ㅎㅎㅎ 애송이 같으니라고)
그의 박식함에 고개를 연신 끄덕여 주고 칭찬도 해주고 마지막 관우 사망후인 이릉 대전이 끝나갈 즈음 회심의 반격을 먹였는데 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릉 대전도 있지만 전한의 한무제때 이릉 장군도 잘 아시겠네요?'
(변두리 구라의 얼빵한 표정 나옴)
사기의 작가인 사마천이 이릉 장군을 변론하다 궁형(거세)을 받아 환관이 되었는데
그는 초조함에 막걸리잔을 내려놨고,
나는 짤막하게 이릉의 5천병사와 흉노와의 전쟁 그리고 후방의 지원 단절로 8만의 흉노군에게 포위되어 포로가 되고 결국 흉노에 항복한 이릉의 고사를 이야기 했는데
그는 다시 이순신으로 화제를 돌렸고, 나는 각종 임진왜란의 전투와 무기 무기의 재질과 제작방법 화포의 종류와 조총과의 비교, 일본으로 돌아간 왜장들의 훗 이야기로 기선을 살살 제압하던 중
치사하게도 구라계에선 인정해 주지 않는 반칙을 꺼내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자신의 직업을 구라의 주제로 삼는 것은 구라계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며 구라의 상도의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직업상 우리가 을이었다) 나 또한 예방치과학을 핀란드 투루크 치과대학에서 수료하고 충치예방연구회 간사로 있었으니 그의 대화에 장단을 맞출 구라 정도는 되었다.
(ㅅㅂ)
을의 입장에서 상도의를 교육 해 줄수도 없었고 그의 치과 발언은 점점더 수위를 높여가며 마치 빙상계의 중국 선수들처럼 관중들 분노유발하는 반칙을 마구 휘두루고 있을때 나의 전두엽의 불빛이 흔들리다 다시 환한 빛을 발하며 두눈은 초롱초롱 적당한 반격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 치과의사들은 환자 얼굴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서요?
그의 눈동자가 막걸리 표면처럼 흔들렸고,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환자가 오면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얼굴을 가리고 입속 공사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 차트와 구강 안을 들여다 봐야 그제서야 아! 이분 이구나 한다면서요?
그는 수긍하며 끄덕였고,
그런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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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산부인과 선생님들도 그럴까요?
그렇게 그는 마지막 막걸리잔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