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신노인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자 80.6세, 여자 86.6세인 것을 감안할 때 80대가 되면 노인임을 받아들이고 이 세상의 삶에는 초월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육체와 정신이 쇠락해진 게 분명한데도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을 흉내 내는 노인들의 몸짓은 슬픔을 넘어 처절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증명해 내는 슈퍼 신노인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평생 동안을 절제하고 단련하며 살아온 결과로 젊고 건강하다.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말투도 신선하다. 용모가 단정하며 피부가 깨끗하고 표정이 온화하다. 하루의 일과가 규칙적이며 부지런하고 현역으로서의 본업이 있다. 식사는 소박하게 소식을 하며 자신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그들과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려는 마음자세와 자기애를 넘어선 인류애를 간직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에 감사하며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김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 생이니 올해 104세이다. 설특집으로 방영된 TV프로그램에서 그를 오랜만에 보았다. 피부가 맑고 깨끗하며 입꼬리가 처지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노인 특유의 고집스러운 표정이 없었다. 목소리는 나직하고 조심스럽지만 힘이 있었고 말투가 꼰대 같지 않고 누구에게든 존댓말을 사용했다. 눈빛이 맑고 눈동자에 정기가 있었고 행동이 부산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배려심이 있고 겸손하지만 자신감과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곧은 허리와 등을 유지하고 지팡이 없어 걸어 다니며 하루의 일과가 규칙적이며 부지런했다. 강연과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수영과 걷기 등의 운동을 매일 했다.
출처: 서울경제
그가 인터뷰 중에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행복, 겨레, 봉사’였다. 그는 인생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유명한 철학자로서 명문대 교수를 지냈고 존경받는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이니 좋은 인생을 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를 20년간 정성껏 간호하다가 하늘나라로 보낸 사연, 아버지를 북에 두고 월남한 것에 대한 평생에 걸친 한과 미안함,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1980대에 한가로이 철학이나 논하면서 곡학아세 하는 어용교수로 몰렸던 시절, 최근에는 박원순 유족의 변호사로부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욕까지 들은 걸 생각해 보며 그가 꽃길만을 걸어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의 근,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상처 많은 세월을 살아왔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 ‘웬만하면 100살은 넘기지 말라’ 라며 서글피 웃는 그의 표정에서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게는 주어진 삶을 당당하게 살아낸 자의 위엄이 있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를 북에 두고 온 것에 대해서 미안함 또는 그리움 중 어떤 것이 더 큰가’라는 미련한 질문을 인터뷰 진행자가 했었다. 그는 ‘그런 것을 따지면 못 산다. 과거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에 열중해야 한다. 내게 불행하고 슬픈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한 수레에 가득 차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서 어쩌란 말인가, 그것들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방해하면 안 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만 집중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겨레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더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100년이 넘는 삶을 통해서 그는 인생이란 행복한 것이고 살만한 것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그를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슈퍼 신노인이라는 단어도 아름다운 그를 표현하기에는 미흡하다.
출처: 여성시대 검정버섯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다키시마 미카는 91세의 일본 여성이다. 그녀는 새벽마다 4킬로미터를 걷고 3킬로미터를 달리며 1킬로 미터를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과 같은 강도의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며 트레이너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운동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군살이 전혀 없는 근육질의 몸매와 유연성은 정말 놀랍다.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은 처짐도 굵은 주름도 없고 피부는 우유 빛깔이다. 목소리는 힘이 넘치고 표정은 유쾌하다. 남편의 권유로 65세 때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87세에 피트니스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90세가 넘어도 인간의 몸이 유연하고 강해질 수 있음을 그녀는 증명하고 있다. 몸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줄수록 더욱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 될 것이라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게 그녀의 바람이라고 한다. 그녀의 활달한 웃음, 멋진 몸매,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 그 어디에서도 노인의 쇠약함과 우울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출처: Prabook
카르멘 댈로레티체는 92세의 최고령 미국출신 현역 모델이다. 15세 때 최연소 모델로 보그 표지를 장식했으니 어려서부터 예뻤다. 하지만 91세에 찍은 세미누드화보 속의 그녀는 예쁜 것을 넘어서 고혹적이고 섹시하고 신비롭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어깨까지 내려온 웨이브진 백발은 고혹적인 눈빛, 쭉 뻗은 다리, 완벽한 어깨와 쇄골 라인, 20대 못지않은 탄탄한 피부와 어우러져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식단 조절과 소식, 꾸준한 운동, 그리고 충분한 수면 등으로 그 아름다움을 관리한다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은 어록들을 남겼다. ‘나이 드는 것은 매일 성장하는 것,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늘 어제로부터 배울 수 있다’ ‘아기를 돌볼 때 하는 정성과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아부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져 나이가 드는 것’... 아름다운 여자가 이토록 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과, 엄청난 에너지를 유지한 체 한평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큰 희망과 영감을 준다.
출처: 스테이하얀달 di Facebook
송재인 씨는 제주도에서 정원을 가꾸고 사는 100세 여성이다. 정원의 4 계절을 담은 한 tv 다큐멘터리에 나온 그녀는 한 눈에는 ‘할머니’이다. 백발에 허리는 조금 굽고 청력도 떨어져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군살 없는 몸매에 깨끗한 피부와 환한 웃음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나온다. 목소리는 낭랑하고 동작은 재빠르다.
봄기운이 느껴지자마자 그녀는 손주, 증손주들을 불러 모아 백합구근을 함께 심는다. 봄이 파도처럼 밀려들면 그녀의 정원에는 개나리, 튤립과 수선화를 시작으로 목련, 수수꽃다리, 사과나무 꽃, 벚꽃이 만개한다. 꽃에 진심인 그녀는 온몸으로 그 꽃들을 감상하며 감동받는다. 꽃을 바라보고 꽃 향기를 맡으면서 소녀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 감동을 가족들과 함께 나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약꽃이 하양, 분홍, 빨강으로 만개하는 5월이면 그녀는 가족들을 그 정원으로 초대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녀는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고 시든 잎을 제거하느라 그녀는 정원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녀는 말한다. ‘정원이 내 직장이고 놀이터고 운동장이다, 화사한 봄날 꽃밭에서 자연하고 놀 때 제일 행복하다. 내 일생 중에 지금이 제일 행복해’... 수레국화, 꽃창포, 달리아를 바라보며 꽃멍을 때리던 그녀는 긴 장맛비에 꽃들과 이별해야 하는 아픔도 겪지만 곧 그녀의 정원은 여름꽃들로 채워진다. 원추리, 아가판서스, 루드베키아, 에키네시아, 능소화, 배롱나무꽃이 지천으로 피어 꽃물결을 이룬다. 가을이 되면 그녀는 다음 해의 정원을 기약하며 꽃씨를 받는다. 겨울이 찾아오면 그녀는 놀이터도 일터도 잃는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독립적이고 쿨한 성격의 그녀는 혼자 화투놀이를 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기어이 오고야 말 봄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우리의 할머니들은 푸성귀를 심는다. 예전 할머니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요즘의 할머니들은 깨끗한 먹거리를 자식들에게 주고픈 마음에 한 치의 땅도 낭비하지 않는다.
송재인 씨는 가족들에게 다른 것을 주고 있었다. 4대가 함께 꽃을 가꾸는 그녀의 정원은 가족들의 소중한 기억이 쌓여있는 곳이고 그 추억은 대를 이어온다. 딸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녀는 혼자 살기를 고집한다. 가족들이 그녀를 따라 제주도로 이주했으나 그녀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따로 집 짓고 살고 있다. 그들은 꽃 절기마다 그녀의 정원을 방문하며 ‘꽃도 한 때 젊음도 한 때니 인생을 마음껏 즐기라’는 그녀의 가르침을 받는다.
노년층이 멋지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노인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고 나이 먹는 것이 불안한 젊은 세대들에게 생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의미가 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본성은 다 다르지만 그 본성을 잘 발휘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종래에는 누구라도 고귀한 성품을 가진 시인도 철학자도 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그 희망을 보여주고 생이 살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역할을 슈퍼 신노인들이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