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시 곳간
종소리 ㅡ
종은 절에서만 울리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울리는 종 너무 많다
밥 다먹고 남은 주발과
라면 끓였던 양은냄비에서도
맑은 종소리 난다
밥 다먹고 난 다음 들리는 종소리는
해탈로 이끄는 법문 아니지만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청아한 귀동냥 된다
에밀레종 소리 부럽지 않다
밥그릇에서 울리는 저 종소리
해맑은 행복이 그곳에 깃들어 있음을
천국은 언제나 내 주변에 있음을
가슴으로 깨닫게 해준다
큰 범종 소리는 언제나 마음에서 울리는 것이다
* 7집 '가을비 지나간 뒤' / 2017